문화를 알아야 하나가 된다

문화를 알아야 하나가 된다

[ 디아스포라리포트 ] 필리핀 주빛교회 편 1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13일(수) 13:34

 
2000년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필리핀 항공을 타고 마닐라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의 기대와는 달리 어둑어둑한 마닐라의 모습을 보며 약간의 두려움이 생겼다.
 
우여 곡절 끝에 일단 잠을 청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이웃에 사는 필리피노에게 인사를 하고자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만나는 사람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여지 없이 눈을 치켜 뜨며 거만하게 굴었다.
 
'그래, 어느 나라든 선교사를 환영하는 나라는 없으리라!'
 
이렇게 마음먹고 또 다른 집으로 인사를 갔다. 동방예의지국 그것도 내가 태어난 곳은 양반들이 많다는 지역에서 예의범절을 배운 필자는 고개 숙여 인사를 했건만 여전히 필리피노들은 눈을 치켜 뜨고 거만하게 굴었다.
 
아침밥도 먹기 전에 인사를 나갔다가 마음이 상해 주위에 살던 선배 선교사를 찾았다.
 
"선교사님! 필리핀 사람들이 왜 그래요? 인사를 하면 눈을 치켜 뜨면서 거만하게 인사를 받으니 속이 상하고 화가 납니다."
 
이제 여권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후배 선교사의 투정에 선배는 배를 잡고 웃었다. 사실 선배의 웃음이 내 마음을 더욱 어렵게 했지만, 앞으로 배우고 지도 받을 생각에 화도 못내고 어리둥절해 하는 나에게 또 다른 충격의 한마디. "그게 이 나라 사람들의 인사예요!"
 
나의 필리핀 사역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선교지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문화충격에서 오는 것들인데 특히 필리핀 사람들이 한국인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로 상징되는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와 "오늘 못하면 내일 하지,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고 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천천히 문화일 것이다.
 
필리핀의 성탄절은 9월부터 시작된다. 영어로 'ber-ber 시즌'이라고 하는데 9월에서 12월이 ber로 끝나는 이름을 갖고 있고 여기에 1월까지 합하여 약 5개월을 성탄시즌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때 캐롤링을 하는데 부자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가난한 사람은 부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평소에도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걸을 하지만 이때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심지어 가까운 섬에서도 마닐라로 올라와 거리에서 자며 구걸하기도 한다.
 
구걸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이는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사탕이나 선물을 나누기도 하지만 결국은 돈을 주는 경우가 가장 많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고, 점심식사 후 오침을 즐길 줄 알며,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산아제한이 없고, 가족 중에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살고, 늘 웃고 즐거운 필리피노들이 아직도 대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친근해지는 이유는 그들의 삶속에서 나도 동화되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임장순 / 필리핀 주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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