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와의 일치사상

그리스도와의 일치사상

[ 연재 ] 사도바울행전II. 다메섹에서 안디옥으로(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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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11일(수) 14:17
   
▲ 바울과 베드로(렘브란트 作, 1628년경,목판에 유채,72.3×59.5cm,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바울은 '자아'를 죽이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복종이 완성되었을 때에라야만, 교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겸손하게 봉사할 때에라야만, 하나님이 쓰시기에 가장 합당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는 다소의 호젓한 뒤안길을 자주 걸으며 명상하였다. 때로는 광장을 가로질러 강가에서 쉬며 생각하였고, 길거리에서 헬라의 웅변가들이 연설하는 것을 들었다.

바울은 다소에서 헬라인의 철학에 관한 웅변을 듣기도 하고 관찰하는 동안에, 헬라적인 토론법을 대강 터득하였고, 그의 귀는 헬라어를 듣는 일에 익숙해졌다.

고향 다소에서의 이 조용한 학문과 반성의 기간은, 훗날에 바울이 전도 활동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은 후에 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이, 바울은 다소에서 은거하는 기간에 우선 '자아'에 죽었다. 또한 이 퇴수(退修) 기간에 깊은 신비 사상을 터득하고, 위대한 신학 체계를 이룩하였다. 이것이 바울로 하여금 수많은 서신을 기록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바울이 반성하고 묵상한 것은 예수의 생애와 그의 인성, 수난과 부활, 그리고 그 설교와 위대한 구속의 사역이었다. 그 중에도 다메섹 도상에서 얼떨결에 뵈온 예수의 모습과 그 목소리는 바울의 기억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바울은 또한 열심히 구약성서를 연구하여, 자기의 체험과 그리스도의 가르치심에 비추어 보았다. 인류의 구원이 어떻게 행해지는지, 그리스도적인 사랑은 무엇인지 묵상하였다.

바울이 사색하고 있을 때에는 하나님의 계시와 환상이 자주 나타나 성경을 그릇되게 해석하는 일이 없게 이끄셨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바울 서신은 이와 같이 하나님의 계시와 바울이 기도로써 성경을 묵상하고 깊이 반성하여 얻어진 결과 기록된 것이다.

바울 서신에는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당한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는다"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된다" "그리스도와 함께 산다" "그리스도를 본받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바울이 다소에서 고독하게 기도하는 중에 얻어진 신비 사상이다.

바울 신학과 윤리의 중심은 "그리스도와의 일치" 사상이다. 바울에게는 그리스도가 전부였고, 자기 존재의 처음이며 나중이기도 하였다. "모든 것은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에 의하여, 그리스도를 위하여 있다".

바울은 역사상의 예수님의 모습과 교리상의 그리스도를 가르거나 나누어 생각하지 않았다. 주 예수는 삼위일체 중 하나이시며, 모든 것에 앞서 존재하는 영원한 말씀이시며, 영광스러운 속죄의 주 그리스도라고 인식하였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

바울의 가르침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의 신비한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통하여 인간에게 주어진 새 생명이었다. 바울 서신에 기록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 사상은 한갓 인간적 종교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계시이다.

바울은 아라비아 시막에서 그리고 다소에서 십자가의 도를 깨달은 것이다.

김희보 / 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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