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 회심 기념일

바울 회심 기념일

[ 연재 ] 사도바울행전II. 다메섹에서 안디옥으로(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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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23일(수) 09:28
   
▲ "주여 뉘시니이까?"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라"(행 26:15)('루이즈 드 라벨의 기도서' 그림, 15세기)

로마 가톨릭과 영국 성공회의 교회력에는 성자 기념일이 있다. 바울 기념일은 베드로와 같은 날짜인 6월 29일이다. '사도 바울 회심 기념일'은 1월 25일로서, 원래 갈리아(프랑스) 지방에서 발생하여 9세기에 로마에서 받아들인 기념일이다.

신앙 위인의 전기를 모은 중세 시대의 책 '황금 전설'에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주 예수를 만나고 회개한 날이 기록되어 있다.

"사도 바울의 회심은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임을 당한 일이 있던 같은 해에 발생하였다. 그러나 달력상의 계산으로 같은 해라는 말이 아니라, 만 1년 동안의 기간이라는 의미에서 같은 해가 된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날짜는 3월 25일이었고,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한 날짜는 8월 3일이며, 바울이 회심한 날짜는 다음해 1월 25일이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왜 사도 바울이 회심한 날짜를 다른 성인들이 회심한 날짜보다 더 뜻 깊게 여기는 것인가. 거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어느 죄인에게나 하나님의 사랑은 절망을 주는 일이 없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라 하더라도 바울과 같이 거룩한 은총을 받을 수 있다는 모범적인 예를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둘째로 당시 바울의 박해 때문에 큰 슬픔을 당한 교회 신도들이 바울의 회심으로 말미암아 느끼게 된 크나큰 기쁨 때문이다. 셋째로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행하신 기적, 즉 한없이 과격한 박해자를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한 전도자로 변혁하신 위대한 기적 때문이다."

청년 바울의 다메섹 도상(途上)에서의 회심은, 그 사역을 행하신 그리스도 자신에게 기적이요, 그 일을 행하신 방법이 기적이며, 그 사건을 경험한 청년 바울 자신에게 기적이었다. 그 기적을 행하신 그리스도께서 청년 바울에게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박해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리스도의 이 한마디 말씀에 청년 바울은 "주님, 누구시니이까?"하고 물었다. 이미 기적은 행해진 것이다. 청년 바울의 물음은 "주님, 주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입니까?"하는 뜻이다. 이와 같은 대답을 하게 된 것 자체가 기적이다.

이 사건을 두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말하였다. "늑대들에게 죽임을 당하신 하나님의 어린 양이, 늑대를 어린 양이 되게 하셨다. 예전에 흉악하게 날뛰던 늑대가 주님을 만난 후 순종하는 어린 양이 되었다."

청년 바울의 회심이 그리스도 자신의 기적인 또 한 가지 이유는, 청년 바울의 오만함을 하나님의 존엄하심으로 때리신 것이 아니라, 낮아지심으로 채찍질하신 사실이다. 이렇게 하심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그 위대한 지혜를 나타내셨다.

청년 바울의 "주님, 누구시니이까?"하는 질문에 주께서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고 대답하셨다. 즉,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사렛 사람 예수니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리스도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당신의 하나님이라거나 또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일컫지 않으셨다. 그리스도는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신 일을 본받아서, 청년 바울의 오만한 비늘을 제거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김희보 / 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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