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 품위

원로의 품위

[ 연재 ] 특별기고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4월 01일(목) 16:57

 
최근 은퇴자의 모임이 전국은퇴자 모임 외에 10여 개가 있는 것 같다. 왜 그렇게 많은지 알 수 없으나 제각기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모인 것 같다. 거기에는 회장과 총무, 어떤 모임은 거창하게도 총재 그리고 고문, 사무총장, 무슨 정당과 같은 조직을 가진 은퇴자 모임도 신문광고를 통해 보았다.
 
단순하게 친목과 친교를 위해 조직된 모임도 있고 어떤 모임은 자기들만이 유일한 은퇴자 모임인 것 같이 인원을 제한한 모임도 있다. 어떤 모임은 초교파적으로 모이는 단체도 있고, 어떤 단체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모임도 있는가 하면 기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모이는 단체도 눈에 비친다.
 
일전에 어떤 후배가 하는 푸념을 들었다 "왜 은퇴교역자 모임이 그리 많으냐? 이 단체, 저 단체에서 초청교섭이 들어오는데 거절 할 수도 없고 해서 죽을 지경이다"라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 초대하는 경비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초대 받는 쪽이야 잘 먹고 교통비까지 받아 가면 금상첨화겠지만 교회 쪽에서 보면 공해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 말을 할 때 무척 당황스럽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어쩌다 은퇴자들이 이 지경까지 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오갈 때도 없는 은퇴자를 위해 월 1회 씩이라도 정기적으로 모여 담소하고 반가운 얼굴이라도 보면 한결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자 모임은 좋다고 본다. 그런데 모임을 운영하는데는 반드시 경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모임도 은퇴자들이 회비를 낸다는 말은 못 들었다. 그러니 자연 이 교회, 저 교회에 청탁하여 식사와 교통비를 제공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이해간다. 얼마간의 회비도 낼 수 없는 형편인지라 그러한 방법을 택하였는지는 알수 없지만 원로목사 모임은 조금 사정이 다를 것 같은데 똑같은 방법을 택하고 있다.
 
원로목사는 교회에서 받는 원로비도 있고 연금에서 받는 연금도 적지 않을 터인데 왜 굳이 교회를 순방하는지 알수가 없다. 오랫동안 대접만 받던 습관인지는 몰라도 모양세가 좋지 않다. 원로목사쯤 되면 품위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지 그래야 끝까지 존경과 신망을 얻을 것인데 안타깝다.
 
본래 원로라는 뜻은 낱말사전에 이렇게 쓰였다.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경험과 공로를 인정하는 것이라 하였다. 품위란 도덕적 가치의 소유자의 인격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인격이란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치를 갖는데 필요한 정신적 자격을 말하고 있다.
 
은퇴목사들은 몸가짐을 바르게 함으로써 더욱 존경을 받게 된다. 스스로 자기를 추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원로들은 차라리 십의 일조를 거두어 어려운 은퇴교역자나 해외선교사나 다문화가정을 돕는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인데 왜 그렇게도 값없이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하면서 이곳저곳을 순례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또한 이해 못하는 것이 은퇴교역자는 다 같이 은퇴목사지 원로라고 특별한지 알수가 없다. 그런데 원로들도 이모임 저모임에 가입 안한 사람도 없다.
 
원로목사들이 품위를 지키고 약자를 돕는 일에 힘쓰면 후배들이나 교회나 노회, 그리고 총회에서도 존경하고 대접을 할 것이다. 옛날 유생들은 자기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겨울에 추워도 겻불을 취하지 않았으며,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 조식을 하지 못하고 나와도 티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꼭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권위 있는 품위를 지켜서 나쁠 것은 없다고 본다.
 
일본 교단에서도 목사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유를 물었더니 선생은 선비사상을 갖고 있어 청렴하고 정직하고 바른 태도라서 선생으로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아무리 큰 교회라 할지라도 생활비 지급을 많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네와 다른 것이다.
 
우리 원로들도 좀 품위 있으면 한다. 그래야 목사를 존경한다. 끝까지 존경받고 살기를 바란다. 

금  영  균
목사ㆍ성덕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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