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유적지 법적 보호 해야 할 때

기독교 유적지 법적 보호 해야 할 때

[ 연재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2월 25일(목) 16:15

 
2010년 올해에는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역사적인 사건이 많다. 1백년 전 한일병합(1910년), 60년 전 6.25전쟁(1950년) 또 손양원 목사 순교(1950.9.28), 50년 전 4.19혁명(1960년), 30년 전 5.18광주민주화운동 등등이다.
 
한국 교회는 나라와 민족의 역사 속에서 그때그때마다 하나님 나라의 역사를 증언해 왔다. 예를 들어, 한일병합 직후 '105인사건'으로 불리는 소위 '데라우치총독모살미수사건'(1911년)에서는 일제가 항일민족세력을 제거할 목적으로 합법성을 가장하여서 서북지역 기독교 지도자들을 체포하여 투옥하고 심하게 고문하였다. 9월 3일(음) 기독교학교인 선천 신성중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었고, 양전백 목사도 거기에 포함되었다. 1919년에는 '3.1만세운동'이 일어났고, 이 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가운데서 기독교 지도자가 16명이었다. 박물관이 된 서대문형무소의 역사관은 일제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독립운동의 현장을 증언해주는데,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기독교 지도자들의 거룩한 뜻도 가르쳐준다.
 
반드시 기억하고 길이 기념해야 할 기독교 사적지를 교단의 총회가 '사적지'로 지정해왔다. 지난해에는 '척곡교회'(제3호, 영주노회), '두동교회'(제4호, 익산노회), '지리산기독교선교사적지'(제5호, 순천노회) 등이 지정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이지 완결이 아니다. 역사의 기억과 기념은 보존을 통해서 계승되는 것이므로, 사적지의 지정은 보존사업의 시작이다. 특별히, 지리산기독교선교사적지는 나날이 그 훼손의 정도가 심각해지기에 보존사업을 시급히 서둘러야 할 현장이다. 한국 교회가 역사 속에서 '성경기독교'로 정착되어 왔음을 확인하면, 선교사 이눌서가 성경(구약)을 번역한 현장인 지리산 노고단 선교사 유적지에 하루 빨리 손써야 할 것이다. 문제는 교회들의 무관심이라고 본다. 길이 보존되어야 할 수많은 기독교 유적지가 세월 속에서 무너져 내려 앉았고 또 전쟁 통에 폐허가 되었는데, 이제는 무관심 속에서 그 흔적마저 사라지게 될 운명에 놓여있다. 역사문화유산이 사라지게 될 처지다.
 
교회들이 기독교 사적지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려면, 그 무엇보다도 소위 '양화진사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 땅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세상을 떠난 선교사들이 묻혀있는 양화진묘지는 한국 교회의 공동유산이자 역사교육의 현장이다. 그러나, 현재 특정 교회가 이 묘원을 독점하여서 이곳을 찾는 순례객들을 통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이 묘원을 '사유화'하려 든다는데, 이것은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교단의 총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책위원회를 가동하였다. 이와 함께 우리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일이 있다고 본다. 즉, 그동안 한국 교회가 묘원관리에 소홀했을 뿐만이 아니라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점을 자성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와 미래를 위한 역사의 현장인 양화진묘원이기에 모든 교회가 양화진사태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열리는 동안에 세계 교회가 한국 교회의 문화유산인 기독교 유적지를 찾아보게 될 터인데, 이를 위해서라도 양화진묘원보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기독교 사적지 지정과 관련하여서, 교회와 교단의 노력만으로는 힘이 부친다는 느낌을 자주 가졌다. 그래서 정부와 국가가 기독교 사적지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법과 제도로 이를 뒷받침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때마침 국회의사당에서 '기독교유적지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입법 청원 간담회'가 열렸는데, 조만간에 기독교 유적지 보존에 관한 법률이 입법화되기를 기대한다. 이 간담회에서 이수영목사(새문안교회)는 여호수아 4장 19~24절을 본문으로 말씀을 전했다. "(…)후일에 너희의 자손들이 그들의 아버지에게 묻기를 이 돌들이 무슨 뜻이니이까 하거든 너희는 너희의 자손들에게 알게하여 이르기를 (…) 이는 땅의 모든 백성에게 여호와의 손이 강하신 것을 알게 하며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항상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 하라"

임  희  국
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 교수ㆍ총회 역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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