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 땅끝에서온편지 ] < 7 > 새로운 사역지 '우돈타니'로 부르신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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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7월 01일(수) 15:18

태국 조준형선교사

태국선교 사역을 17년 감당하면서 새롭게 하나님 앞에서 내 자신을 생각해 보았다.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사역을 하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지고 도전적으로 사역을 감당하는가? 개척자의 심정을 가진 선교사인가? 아니면 기득권을 가진 안일함에 빠진 선교사인가? 등을 생각하면서 몇 달간 기도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무엇인가 이루었기에 그것을 누리려는 것이 아닌 처음 올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신뢰와 사랑으로 후원해 주신 새문안교회, 그 새문안교회 1백주년 기념 선교사라는 자부심! 이런 명예를 떠나 주님만을 의지하는 선교사로 새로 서야함을 알게 되었다. 새문안교회 담임목사이신 이수영목사와 당회원들께서 의아해 하시면서도 나의 뜻을 이해해 주시면서 사임을 허락해 주셨다.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의 마음에는 '새문안'이 존재하고 그 사랑을 잊을 수가 없고 중보기도의 우선권에 있다.

사임한 상황을 알게된 태국교단 임원들께서 직접 치앙마이까지 찾아와 나의 계획과 미래 사역에 대하여 묻고, 혹시 한국으로 돌아갈까 생각하셨는지 돌아가지 말고 전도 개척교회 사역을 새로 시작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후원 없이 홀로 새로 시작하려는 선교사를 무시하지 않고 격려하면서 오히려 힘을 북돋아 준 현지 태국교단 지도자와 교회를 쉽게 잊지 못하리라.

늘 '지체 부자유한 사람들을 위한 개척교회가 필요하다'고 말하였는데 그 분들은 나에게 개척교회 사역을 맡도록 허락해 주었다. 그후 전도부 안에 개척부를 신설하였다. 우돈타니 지역 노회에서 2년 전부터 사역 요청을 해왔는데 후배 선교사가 오면 그쪽으로 보내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선교사가 오기까지 1~2년 기간이 걸리고 국제학교가 없어 선교사 자녀 교육에도 문제가 있었다. 사실 몇몇 선교사가 그곳에서 사역하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 당시에는 선교사가 없는 상태였다.

어느 주일에 마가복음 2장 1~12절을 아내와 나누면서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생각하였다. 주님은 열심히 백성들을 가르치시며 사역하시길 원하시는데 바리새인들은 감시의 눈초리로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그런 나는 어떠한가? 주님이 부르시고 새롭게 사역하길 원하시는데 뒷짐지고 옆으로 곁눈질 하면서 우돈타니지역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였다. 아내에게 우돈타니로 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자 선뜻 "그렇게 해요. 이곳 치앙마이는 80여 명의 한인 선교사가 있고 그곳에는 아무도 없잖아요"라고 답하였다. 늘 주님의 사역에 동역해 주었던 아내였지만 이렇게 준비된 마음일 줄이야.

많은 사랑의 충고를 뒤로 하고 2006년 8월 25일에 이사하였다. 그때 떠오른 찬송은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242장)였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통해 황무지에 백합화를 피게 하시고, 생수의 강이 흐르게 하시고, 영적으로 눈뜨게 하실 것으로 확신했다. 부임한 타뚬훈련원은 아주 열악한 곳이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는 것이 좋을 지를 한참 망설이게 하는 곳. 정말 소망이 없는 곳으로 바라보았다. 예배실은 벽없이 오픈된 곳으로 양철 지붕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생각하기도 싫은 더위와 갖은 벌레들, 소음, 겨울에는 추위, 흰개미가 먹어 썩고 약해져 쓸어질 것 같은 기둥, 이런 악조건을 이기고 요동없이 말씀을 진지하게 듣는 모습은 어느 지역의 교인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이곳 교인들의 열정, 단결, 도움이 필요하다는 영적인 갈급함 등을 보았다.

이사 온 6개월 후에 20년 된 과거 서류를 정리하면서 놀라운 한 장의 종이를 발견하였다. 제목은 '타뚬 프로젝트'로 내가 쓴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에는 이것을 언제 썼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면서 몇몇 노회지도자들과 만나 기억을 되살리면서 알게 된 것은 1992년(15년 전) 태국교단 총회 때 이곳 13노회 노회장과 몇몇 지도자들이 나를 찾아와서 타뚬훈련원 사역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그 당시 한 번도 이곳을 방문한 적 없는 상태에 이야기만 듣고 앞으로 이런 이런 사역을 하고 싶다면서 써 놓은 프로젝트 였다. 가보지도 않은 상황에 단순히 기도와 머리로 상상하면서 세운 사역으로 그 당시에 신학교 사역, 훈련 사역, 주변국 선교 사역, 봉사 사역 등을 기록하여 놓은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바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그 후에 상황이 변화되어 노회에서 다시 요청하지 않았고 나 역시 서류를 넣고 마음 한 구석에는 생각하였으나 잊어 버렸다.

15년이 지난 이 서류를 보면서 심장이 뛰고 머리카락이 서는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제가 이곳에 와서 사역하는 것이 내 자신의 바른 결정이나 스스로 헌신한 것이 아닌 주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험을 쌓게 하시고 15년 후에 이곳으로 다시 재배치해서 보내신 것이 바로 하나님이심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참으로 묘하고 신기할 뿐이다. 우리가 아무리 계획할지라도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닌 성령님의 인도 속에 이뤄짐을 믿고 또한 후원자들을 허락하시어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되게 하는 역사로 센터의 환경이 바뀐 것이다. 목적에 따라 미래를 준비하고 지도자를 세우는 센터로 굳건히 서도록 기도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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