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임금님' 외치는 교회

'벌거벗은 임금님' 외치는 교회

[ 연재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09년 03월 26일(목) 10:07

   

▲ 금 주 섭
목사ㆍWCC 선교와
전도협의회 총무

아프리카 대륙 동쪽 인도양에 마다가스카르(Madagascar)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가 있다. 전세계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천5백여 년 전 보루네오 섬에 살던 말레이 인종의 한 거대한 부족이 세력 다툼에서 밀려나 인도양을 가로질러 그 먼 곳으로 집단이주를 한 것이 이곳에 사람이 정착하며 살게 된 역사의 시작이다. 근대에 이르러 영국과 프랑스 식민 지배를 번갈아 당해 아직도 프랑스 문화의 영향이 사회 곳곳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선교사들의 노력으로 인구의 절반이상이 기독교인이며 특히 개혁교회 전통의 '마다가스카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FJKM)'가 교세 2백만 이상을 자랑하며 거의 국교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런던의 세계선교협의회(CWM)에서 봉사할 때 이곳에 자주 출장을 다녔다. 아프리카에서 거의 유일하게 쌀을 주식으로 하고 우리의 제사 풍습과 비슷한 동아시아 문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어 정서적 친밀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연말에 선교자금을 집행하고 남는 예산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마다가스카르로 보내곤 하였다. 친구들도 많이 생겨 현 총회장 라라 목사와는 거의 20년 지기의 벗이고 목사 부총회장 로랑 목사는 CWM의 내 전임자였다.

지난 3월 1일 주일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코비아 총무로부터 급한 전갈이 왔다. 이번 주 내로 마다가스카르에 WCC 중재단을 파송해야겠는데 국제국에 전문가가 없어 수소문 끝에 선교국의 나에게 연락을 하신 것이다. 이틀 뒤에 헝가리에서 신앙과 직제위원회(F&O)와 선교와 전도위원회(CWME)의 역사상 초유의 공동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터라 도저히 중재단을 이끌고 마다가스카르로 향할 수가 없었다. 중재단 명단을 추천하고 몇 가지 제안을 첨부한 보고서를 총무께 올리고 헝가리로 출발하였다.

그런데 헝가리에 내리자마자 안타나나리보의 김창주 선교사님으로부터 급한 전갈이 당도해 있었다. 1월 소요 이후 진정되어 가던 그곳의 상황이 급반전하여 대규모 시위가 다시 일어났으며, 대통령궁 경비대의 발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이를 빌미로 군부지도자들이 수도로 진격해 오고 있다는 급보였다. 사흘 뒤에 출발 예정인 중재단의 무기한 연기를 건의하고, 그 밤 마다가스카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지난 1월 이후 현재까지 약 1백35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민심이 돌아서자 결국 마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은 하야했고, 안드리 라주엘라 안타나나리보 시장이 스스로 대통령의 권좌에 올라앉았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방송국이 폐쇄 당하자 안타나나리보의 빈민들과 현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진 하층민들을 선동해 데모를 일으키고 자신을 따르는 군부지도자들에게 쿠데타를 사주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기독교인인 그가 마크 대통령을 지지하고 평화를 호소하는 라라 총회장을 감금하고 고문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몇 해 전 마다가스카르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총회를 참석하는 길에 사석에서 아주 조심스레 라라 총회장에게 현재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가 너무 밀착되어 있다고 충고한 적이 있었다. 마크 대통령은 원래 성공한 사업가로 교단의 장로 부총회장이었다. 그가 전 교단적인 지지를 업고 대선에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라라는 그 일등 공신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통령의 후광으로 라라 목사는 총회장이 되었고, 대통령궁 바로 근처에 총회장 관사를 선물로 받았다. 로랑은 CWM의 임기를 마치고 국립대학에서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대통령의 특별 자문관에 위촉되었고 목사 부총회장이 되었다. 이미 그 당시에 일부 총대들이 대통령은 교회를 위해 부총회장 직을 내려놓고 교계 인사들은 직접적으로 정권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지만, 교회를 정치에 이용한 대통령과 권력의 단맛에 취한 목회자들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였다.

권력의 독점은 부패로 귀결된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후 다시 만난 마크 장로는 더 이상 선교를 위해 자신의 부를 내어 놓던 믿음 좋은 사업가가 아니었다. 그는 국민의 복리 보다는 자신의 사업체를 부풀리는 데 바빴다. 식량 원조를 받는 나라임에도 국가 총 경지면적의 절반에 해당하는 땅을 한국의 한 기업에게 1백년간 임대해 주었다. 온갖 비난과 추문이 잇따랐지만 누구도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란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교회는 국가에 협력할 수도, 비판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기독교인은 국가의 시민인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다. 국가의 지도자이든 교회의 지도자이든 모든 지도자들은 하나님께 안수 받은 하나님의 백성들을 섬기도록 보내심을 받은 '종'이다. 그래서 국가에 위기가 닥칠 때 교회는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을 압제하는 국가권력 앞에서는 당당히 "당신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나치의 권력 앞에 독일교회가 무릎을 끓던 1937년 전세계 에큐메니칼 지도자들이 영국 옥스퍼드에 모여 발표한 성명의 내용 일부이다.

2009년 마다가스카르, 교회가 그 입을 다물자 그 누구도 장로 대통령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고 마침내 사악한 무리가 일어나 자유를 빼앗고 온 백성들이 불행의 긴 터널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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