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객반위주(客反爲主)

[기자수첩] 객반위주(客反爲主)

[ 연재 ]

정보미 기자 jbm@kidokongbo.com
2008년 09월 30일(화) 00:00

"솔직히 우리야 부서회의 끝나면 노회로 돌아가서 실행위원 한 자리라도 차지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큰 즐거움 아니겠습니까?"

제93회 총회 둘째날(23일) 오후, 각 부ㆍ위원회 회의에 앞서 규칙부 보고에서 훈련원운영위원회 운영위원이 기존 15명에서 64명으로 대폭 증원하는 안건이 결의됐다. 64개 각 노회당 대표 한 명씩을 세우는 셈이다.

하지만 이날 결의된 후 회의장소로 모여든 인원은 고작 42명. 또 회의 시간 내내 "실행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과 "임원만(회장ㆍ서기ㆍ회계) 구성한 뒤 회의시마다 64명 회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건이 분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요했던 훈련원운영위 모임이 올해는 총대들의 언쟁으로 하늘을 찔렀다. 저마다 한자리씩 차지하고 싶어했다.

이번에 훈련원 운영위원이 증원된 까닭은 기존 42개 노회에만 구성된 노회 훈련원을 64개 노회로 확장시켜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노회와 총회 훈련원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이루는 한편 타 부서와의 조율을 통해 모든 교육은 훈련원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역할 분배에 따른 효율성 증대'라는 거위알을 낳기 위함이다.

하지만 훈련원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훈련원 운영지침도 모른 채 참석한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각 노회마다 급작스럽게 공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회서 훈련원 공천 안했는데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총대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훈련원 실행위는 이날 선출된 신임원에게 맡겨져 종전대로 15명으로 구성, 마무리됐다. 훈련원 업무의 확산과 활성화라는 운영위원 확대의 근본 배경을 도외시한 채 기존 부ㆍ위원회가 정책토론을 뒤로하고 실행위원과 임원 선출 등 조직에만 골몰해 온 관행을 답습한다면 과연 '정책총회 사업노회'와 더불어 기구개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는지 객반위주(客反爲主)의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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