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불짜리"

'백만불짜리"

[ 연재 ] 데스크창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6월 14일(화) 00:00
세상을 향해 빗장을 걸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자폐아(自閉兒). 어머니는 자폐를 깨뜨리기 위해 아이에게 달리기를 시켰고, 아이는 기적 같은 마라톤 기록(2시간 57분 07초)을 세웠다. 영화 '말아톤'의 줄거리다. 이 영화를 보고 우리들은 실제 주인공 배형진군을 똑같이 연기한 배우 조승우의 "초원이 다리는 백만불짜리 다리""몸매는 끝내줘요"라는 대사를 특유의 억양으로 한동안 똑같이 흉내내고 다녔다.

배형진군(22)과 그의 어머니 박미경(46)씨가 그 주인공인 이 영화 '말아톤'은 어머니가 쓴 수기 '달려라! 형진아'를 원작으로 삼았다. 형진군은 2001년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모든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 쓰리'(42.195km를 3시간 이내에 주파)를 달성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수영 3.8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연이어 달리는 철인3종경기로 이어지며 이 땅의 모든 장애우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의 소원이 아들 형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자폐아들을 둔 어머니의 피맺힌 절규가 우리들 가슴에 짠하게 밀려온다.

자폐는 유전이 아니다. 자폐의 원인에 대해 학계에서 꾸준히 연구 중이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유전적 신진대사적 화학적 요인으로 인해 중추신경계의 발달이나 기능의 장애를 초래하는 발달장애' 정도가 이제까지 알려진 이 병의 전부다.

영화 말아톤을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자폐를 극복한 형진군에 대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고들 한다. 그러나 '인간 승리'의 주인공은 형진군이 아닌 그의 어머니 박미경씨다. 한 여인으로서의 삶, 한 인간으로서의 자아 실현의 욕구를 모두 버리고, 자신의 이름 석 자 자리에 '배형진 어머니'로 바꿔달고는 아들의 자폐증에 '올인'한 한 어머니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 형진군은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 박미경씨는 이 영화에서 자폐아를 둔 부모의 심경을 다음과 같이 대변하고 있다.
"형진이가 보통보다 못한 아이라도 괜찮아요. 자폐를 고칠 수 있다면 내 몸의 살을 태워서라도 돕고 싶어요"

우리에게 어머니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백만불짜리' 사랑을 아낌없이 주신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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