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적

대한민국 국적

[ 연재 ] 데스크창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5월 24일(화) 00:00

지난 3월 미국에서 마포삼열 선교사 관련 취재를 하던 중 교환교수로 미국에 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세계 지도를 앞에 놓고 국가 이름을 한국어로 읽는 연습을 하는 중에 여러나라의 이름이 지나갔다.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 그러다가 이란 차례가 됐다. "이란" 하니까 한 백인 학생이 일부러 "넥스트 타킷(next target)"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더라는 것이다.

평소에 예의 바르고 호전적으로 보이지도 않던 미국 학생의 뜻밖의 대답에 적잖이 놀란 이 교수는 그 이유를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 했다. 혹시 북한도 넥스트 타킷이라고 말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는 우리도 외국을 잘 모르지만 미국인들도 외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은 외국의 자세한 사정에 대해 알 필요를 별로 느끼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기회의 땅'에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인 탓이리라.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한국전쟁 때 도와준 나라,도와줬는데 반미를 외치며 배은망덕한 나라,영어로 "Excuse me"하면 얼굴부터 빨개져 달아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아직도 일본이나 중국의 식민지로 인식되는 나라.

우리는 스스로 올림픽을 개최하고 월드컵도 치렀으니 이만 하면 알아주겠지 하는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은 이상할 정도로 이같은 사실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세 사람중에 한명이 삼성의 애니콜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고 현대자동차의 소나타가 캘리포니아 프리웨이를 질주해도 한국은 여전히 전쟁으로 폐허가 된 후진국 쯤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같은 왜곡된 인식이 꼭 미국인의 무심함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특히 한인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LA의 경우 원정 출산의 문제점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LA타임즈는 해마다 한국인이 미국으로 원정을 와 낳은 아기가 5천여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숫자로 결국 한국의 고위층 자녀 1퍼센트는 태어날 때부터 이중 국적자가 되는 셈이다.

최근 국회에서 국적법 개정안 통과가 임박해지자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다. 자식에게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기회를 안겨주려는 부모들의 눈에 2년간의 병역의 의무는 국적과 맞바꿀만한 중대사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한가지만으로도 일부 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줘야겠다는 의지에 맥이 빠지는 걸 어쪄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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