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중독과 해독

데스크창/ 중독과 해독

[ 연재 ]

김훈 기자 hkim@kidokongbo.com
2005년 03월 17일(목) 00:00
마약중독자들은 대개 몇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처음엔 피곤함과 배고픔을 잊기 위해 암페타인 같은 각성제를 먹다가 차츰 기분을 들뜨게 하는 엑스타시에 빠져들게 되고, 다음엔 코카인과 현실을 잊게하는 LSD에 이어 헤로인과 필로폰 등에 말려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판단력과 이성을 상실, 거짓말을 일삼고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게 되며 공중에 붕 뜬 듯한 환각 속에서 지내게 된다는 보고다.
소비중독의 과정도 비슷하다고 한다. 처음엔 기분 전환 정도로 시작하지만 점차 남보다 먼저 신제품을 써보고 싶고 안사면 견딜 수 없게 돼 결국 가정 파탄과 개인 파산 등 헤어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게 마약 중독이나 다름없다는 진단이다.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말이 있다.
'풍요로움'을 뜻하는 영어 단어 '어플루언트'(affluent)와 유행성 독감을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로 풍요로워지면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 또는 소비지상주의로 인해 나타나는 갖가지 증상을 일컫는 용어이다.
미국인들은 일주일에 6시간을 쇼핑에 할애하면서도 아이들과는 40분밖에 놀아주지 않고, 10대 소녀의 93%가 쇼핑을 가장 좋아하는 활동으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쇼핑 중독으로 인해 개인파산이라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가계마다 평균 7천5백64달러의 카드 빚을 지고 있으며, 대학생조차 평균 2천5백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풍조는 줄어들지 않고 갈수록 기대감만 커져 억만장자와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최대의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더 좋고 더 새로운 것을 많이 갖기위해 과중한 업무, 빚, 근심에 시달린다는 지적이다.
우리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회정신건강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물건을 안사면 불안한 사람이 성인의 6.6%이고, 홈쇼핑 이용자 중엔 주문한 상품, 특히 고가의 여성의류를 주문해 입어보고는 취소 ㆍ반품을 되풀이 하거나 하루 1천만원 이상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할 정도란다.
마약중독, 쇼핑중독, 채팅중독, 알콜중독...숱한 중독의 원인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공복감에서 기인한다. 이 땅의 교회가 이들 중독자를 영적으로 해독하고 말씀으로 치유하는 일에 보다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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