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세상 어떤 전쟁도 반대한다"

[ 연재 ]

안홍철 이상훈
2003년 03월 29일(토) 00:00

 지난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 개전 나흘째인 23일 남부의 전략 요충지인 바스라를 장악한데 이어 미ㆍ영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반전 시위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반전, 평화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특히 개전 나흘째인 23일 주일, 본교단은 전국 교회가 오전 11시 반전, 평화를 위한 평화의 종을 타종했으며 이날 예배를 '세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예배'로 드렸다.
 총회는 지난 14일 이라크전 반대와 북핵 위기 평화적 해결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총회장 담화문을 발표, 23일을 '세계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총회 산하 전국 교회에 주일 예배 중 평화를 위한 메시지 선포와 기도를 당부했으며 당일 11시 전국 교회가 평화의 종소리를 타종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한 전국 교회와 교인들에게 사순절 기간 내내 매일 정오를 기해 평화를 위한 기도를 당부했다.
 최 총회장은 '평화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제하의 담화문을 통해 "평화의 주님께선 언제나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기 원하지만 지금 세상은 권력과 이익을 위한 전쟁 앞에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전쟁 위기 속에서 그동안 평화를 위해 힘쓰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을 깊이 회개하며 새롭게 주님과 함께 평화를 위한 힘찬 걸음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담화문은 "이라크의 공격형 살상무기의 존재 유무가 확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려한다는 사실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미국의 패권 유지와 이권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희생시키는 이라크 전쟁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본교단과 미국장로교총회(PCUSA)와 한국기독교장로회(PROK)가 이번 담화문을 공동 발표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보도내용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공동발표하기로 한 담화문은 국문이 아닌 영문 담화문으로서 평화의 기본정신은 담았지만 내용에 있어 다른 형태의 선언문으로 발표하게 됐다.
 PCUSA는 이미 이라크 전쟁에 대해선 입장을 발표했고 현재 미국의 상황을 고려, 상당한 고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14일 기자회견 당시까지는 한미 양측의 문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기자회견이 끝난 후 언론사 마감시한에 이르러 PCUSA와 합의됐다는 연락을 받게된 것. 합의된 영문 담화문은 전쟁 반대와 평화의 기본정신엔 동의하지만 한반도 핵 문제에 국한해서만 다루기로 했으며 PCUSA는 오는 5월 총회에서 정식 채택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영문 담화문 합의가 국문 담화문 합의로 혼란이 있었고 이에따라 기장과 PCUSA도 23일 평화기도일을 지키는 것으로 보도됐으나 이날 행사는 결국 본교단 단독으로 치러지게 됐다.
 총회는 사안의 긴박함으로 산하교회에 정식 공문을 보내지 못했지만 약 1천5백교회에 두차례에 걸쳐 팩시밀리 공문을 보냈으며 이런 가운데에서도 산하 교회들이 이날 평화기도일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상자 기사 참조>. 특히 서울노회 안동교회(유경재목사 시무)와 평북노회 신양교회(이만규목사 시무)는 이날 11시 예배시 평화를 위한 종소리를 타종했으며 각각 평화를 주제로 설교하고 평화를 위한 통성기도를 했다.
 안동교회 유경재 목사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명분이 없는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전쟁이어서 세계 도처에서 반전시위가 열화와 같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면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기도하며 평화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그리스도의 평화는 십자가의 평화이며, 폭력을 사용하는 대신 자기희생을 통해 이룩한 평화"라 전제하고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고백은 모든 폭력을 거부한다는 기독교인의 신앙고백"이라 강조했다.
 신양교회 이만규 목사는 "명분이 있는 전쟁일지라도 그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평화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 말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나라는 평화의 나라이며 전쟁의 문제는 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우리가 싸울 싸움은 영적 싸움으로서 영적 싸움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자신을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과 관련, 총회는 전쟁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는 등 발빠른 대처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담화문을 발표하고 예배를 드리는 것만으로는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이뤄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총회는 전쟁의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외 교회와 연대하여 지속적인 반전 캠페인을 벌여 나갈 것이며 전쟁이 일단락된 후 전후 복구와 치유를 위해 다각적인 방향에서 구호 및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홍철 hcahn@kidokongbo.com
 이상훈 shlee@kidokong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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