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탕녀, 나오미

고독한 탕녀, 나오미

[ 가정예배 ] 2024년 9월 7일 드리는 가정예배

임근묵 목사
2024년 09월 07일(토) 00:10

임근묵 목사

▶본문 : 룻기 1장 19~22절

▶찬송 : 405장



하나님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성경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 채워 놓으셨다. 이야기는 마음의 언어이기에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오래 기억된다. 룻기는 이야기를 통해 복음을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룻기의 첫 번째 주인공은 나오미이다. 그녀의 남편 엘리멜렉은 베들레헴에서 유력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베들레헴에 흉년이 들자 가족들을 데리고 모압으로 이민을 떠난다. 이민 간 지 10년 만에 엘리멜렉과 두 아들이 죽고 나오미만 홀로 덩그러니 남게 된다. 살면서 이보다 더 큰 절망과 곤경이 있을 수 있을까? 이럴 때의 고통은 죽은 자가 아닌 산자의 몫이다. 그녀의 마음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나오미를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겠는가? 나오미는 몇 번이나 남편과 자식을 따라 죽고 싶었으리라.

그럼 이런 고난이 왜 엘리멜렉이 아닌 나오미에게 주어진 것일까? 그녀는 스스로 고백한다. 하나님의 손이 나를 치셨고, 전능자가 나를 징벌하셨고, 나를 괴롭게 하셨노라고.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원인이 그녀에게 있다는 말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녀는 남편이 죽었을 때 고향으로 돌아갈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모압 여자를 얻어 두 아들을 결혼시킨다. 아직도 자기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고 얼마든지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으리라. 어찌 보면 그 가정이 베들레헴을 떠난 것도 나오미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그녀는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자기 힘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고군분투했으리라. 그런 그녀를 하나님은 그 죽음과 같은 삶의 곤경 속에 홀로 밀어 넣으셨고 그 모습은 참담할 뿐이었다. 충만했던 나오미는 텅 비어버린 빈자가 되었고 기쁨으로 가득했던 그녀의 삶은 인진쑥보다 더 쓰디쓴 형편이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그런 죽음과 같은 텅 빔 속에서 일어났다. 가난해지고 나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자기 고향 베들레헴에 은혜를 베푸셔서 먹거리를 주셨다는 소식이 들려지고 청상과부가 되어 자기만큼이나 처량해진 며느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탕자가 굶어 죽기 직전에야 풍족한 아버지 집을 생각하듯이 새로운 귀와 눈이 열린다. 그리고 나오미는 하나님을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자신하던 그녀는 모든 것이 사라지자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무능하고 형편없는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인생의 주인이 자신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자신은 아무런 힘도 없는 공허한 존재임을 발견하고 전능자를 찾는다. 지금까지의 기쁨과 행복이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님을 깨닫고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우리는 그런 나오미에게서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살던 사사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마치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인 양 살아온 나의 존재를 떠올린다. 내 삶에 닥친 많은 곤경의 이유가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는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자기 자리를 벗어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피조물이 아닌 창조주의 자리에, 종의 자리가 아닌 주인의 자리에 앉는 데서부터 꼬이게 된다.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지는 복이 차단되고, 그분에게서 흘러 들어오는 생명의 공급이 멈추고, 내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던 말씀이 사라진 것을 비로소 발견하고 쓰디쓴 입맛을 다신다.

이제 내 자리로 돌아가자. 겸손하게 피조물의 자리에 앉아 전능하신 왕, 창조주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자. 자애로우신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는 자녀의 자리에 앉자. 거기가 복 있는 자의 자리이다.



오늘의 기도

주님, 저희는 예수님을 주님이라 부르면서 저희가 주인 노릇하며 살아온 날들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이제 오직 예수님을 왕으로,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저희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임근묵 목사/홍익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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