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고 특별한 군인교회의 '성탄절'

소중하고 특별한 군인교회의 '성탄절'

[ 미션이상무! ]

백현선 목사
2024년 06월 12일(수) 16:55
 2023년 12월 25일 성탄절에 신병 강당에서 예배 드리고 있는 훈련병들.
필자는 공군교육사령부교회(이하 교육사교회)를 섬기고 있다. 공군사관생도를 제외한 모든 공군인(병, 부사관, 장교)은 교육사령부(이하 교육사)에서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교육사교회는 민간인에서 공군인으로 거듭 나는 이들에게 예수님의 생명을 전하고 있다. 교육사를 거쳐 가는 모든 공군인을 교육사교회의 선교 대상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선교 대상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복음을 증거하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교육사에서의 선교가 타 부대 선교와의 차이점은 군종목사 개인이 장병들과 만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단독적인 군종활동은 학과를 진행하는 데에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훈련 기간이 6주였으나, 군 복무 기간 단축에 따라 5주로 단축됐다. 학과 일정은 밤낮 없이 바쁘게 진행된다. 안타깝게도 선교 대상들과 필자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종교 행사 참석' 시간(수요일, 주일)이다.

공군 군종은 3개 종파(기독교, 천주교, 불교)로 구성된다. 각 종파는 3개의 특별 절기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성탄절, 부활절, 추수감사절이다. 교육사 군종실은 각 종파 특별 절기 당일에는 특별 종교 행사를 각 종교 센터(교회, 성당, 법당)에서 진행한다. 수요일, 주일 외에도 선교 대상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바로 특별 절기인 셈이다. 기독교의 경우 부활절과 추수감사절은 항상 주일이다. 그러나 성탄절은 평일인 경우가 많다. 지난 23년 12월 25일은 월요일이었다. 교육사교회는 훈련병들을 위해 성탄절 예배를 준비했다. 그러나 훈련단으로부터 성탄절이 '학과 진행으로 인해 훈련병들을 교회로 보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빠듯한 학과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성탄절(공휴일)에도 일정을 소화해야 하므로, 교회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교육사교회 성도들은 낙심했고, 고민했다. 훈련병들이 성탄절이라고 하는 매우 중요한 절기를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공유되었다. "올 수 없다면, 찾아가자. 예수님이 우리를 찾아오셨던 것처럼"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군종실과 훈련단 간의 소통이 이루어졌고, 교회가 아닌 훈련단의 강당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감사한 일이었다. 성탄절을 2~3일 앞두고 위 결정이 내려졌지만, 교육사교회 성도들은 훈련병들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훈련병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는 결단으로 선교 현장에 뛰어들었다.

교회가 아닌 장소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예배를 드리도록 허락된 강당은 예배를 위한 장비들이 전혀 구비 되어 있지 않은 장소였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일 뿐 악기, 전자장비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훈련병을 위한 성탄절 예배가 급하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필자의 설교도 온전히 준비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음향 장비 이동, 대량의 특별 간식과 음료들의 준비 및 이동, 급하게 준비하는 설교, 이 모든 것들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묵상했다. 하나님의 본체이신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시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도 훈련병들에게로 찾아가는 일에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장비를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준비하는 일이 쉽지 않았으나, 분명히 보람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훈련병들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감사했다. 말로만 예수님의 오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교회가 훈련병들에게 찾아옴으로써, 예수님의 오심을 몸소 보여줄 뿐 아니라, 교회는 결코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주님처럼, 군복을 입고 직접 선교 대상들을 찾아갈 수 있음에 감격스러운 성탄절이다.



백현선 목사 / 공군교육사령부교회·공군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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