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응하는 지혜

변화에 대응하는 지혜

[ 주간논단 ]

천사무엘 교수
2024년 05월 28일(화) 08:00
시간이 흐르면서 세상이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그 변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10년 후, 세상의 변화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초월할 것이다. 그 변화는 과거 인터넷의 도입으로 인한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직업 경제 교육 문화 가치관은 물론 종교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종교가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종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고 그 전통은 종교적 의식과 교리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전통과 함께 형성된 가치관과 제도는 이미 신앙과 함께 확립되어 삶 속에 자리를 잡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종교의 실례는 한국 종교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들에 의하면, 1950년대 불교가 그랬다. 당시 선교사들은 사택을 짓기 위해 오래된 목재가 필요했는데, 신도가 줄어들어 운영이 어려워진 절을 허물 때 나온 목재를 사들여 사용했다. 선교사 사택에 불교 사찰의 목재가 재활용된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불교가 쇠퇴하고 기독교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실례로 여겼다. 19세기 말 초기 선교사들이 전염병과 무더위를 피하거나 아이를 낳을 때 절에 머물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었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은 목회 현장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시도는 쉽지 않다. 섣부른 시도가 반대와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반대는 주로 전통에 익숙한 핵심 리더 그룹에서 시작된다. 정의와 공의를 외쳤던 구약의 예언자 시대에도 그랬고, 유대교의 개혁을 외쳤던 예수님의 시대에도 그랬으며, 중세교회의 개혁을 부르짖었던 루터와 칼뱅의 시대에도 그랬다. 변하는 것과 불변하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모건 하우절은 '불변의 법칙'이란 책에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불변하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과거를 보아도 미래는 알 수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무리한 속도로 추진하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 '중요한 변화와 혁신은 평화로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작은 것이 쌓여 거대한 결과를 만든다', '직접 경험하는 것만큼 설득력이 강한 것은 없다', '상처는 아물지만, 흉터는 남는다' 등이 그것이다. 인간의 본성과 행동양식, 역사에서 반복되는 패턴 등을 고려했을 때 변하지 않는 원리들이다. 이것들은 욕망이나 두려움과 같은 인간의 속성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이기도 하다.

교회에도 변하지 않는 법칙이나 원칙이 있다. '기독교 신앙의 기초는 성경이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 전파다', '성경의 문자적 내용은 불변하지만, 그 해석과 적용은 변한다', '교회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야 지속할 수 있다' 등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세상이 변하고 삶의 방식과 신앙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교회 안에서 변하지 않아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면 변화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특별히 개신교회는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에 저항하여 세워진 '개혁의 교회'이기에 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교회의 변화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교회 리더그룹의 지지가 있어야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교회의 미래를 위해 현재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그룹의 희생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가 없이는 교회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역동성을 의미한다. 역동성은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작은 변화라도 시도되어야 하고 격려 받아야 한다. 변화를 시도하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천사무엘 교수/한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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