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하는 의료봉사

지역과 함께 하는 의료봉사

[ 목양칼럼 ]

김영팔 목사
2024년 05월 23일(목) 14:23
필자가 10년 전 부임한 후 끊임없이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다. "내가 평신도라면 저 교회에 다닐까?", "'저 교회가 우리 동네 있어서 너무 좋다'라고 생각할까?"

첫 담임목회지의 열정을 가지고 부임했지만 평균연령 80세에 가깝고 나이 드신 남성 몇 분만 계셨다. 지역사회에 무너진 신뢰 회복의 접촉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끊임없이 기도했다.

교회 주변은 복음을 들을 만큼 들었기에 마음문이 굳게 닫힌, 경제적 용어로 레드오션(Red Ocean) 상태였다. 이 지역에 맞는 새로운 틈새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이 필요했다. 그래서 마련된 접촉점이 바로 지역민을 위한 의료봉사의 길을 열어 주셨다.

필자가 속한 지역에는 동네의원 및 약국도 없는 의료혜택의 사각지역이다. 지역 의료봉사에 대한 주변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유는 그동안 지역 특성상 자치단체에서 수많은 의료봉사가 있었지만 별로 지역민 호응이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서 교회에서 섬기는 의료봉사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먼저 이유를 들어보니 크게 3가지였다. 교회에서 주관하면 동기를 전도와 관련해서 연결할 수밖에 없다. 의료장소인 교회까지는 발걸음을 쉽게 옮길 수 없는, 마음의 문턱이 높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의료봉사를 앞서 먼저 지역 관공서와 관계회복에 관심을 두었다. 지속적으로 아이스크림, 치킨, 먹거리 섬김과 지역행사에 다문화 가족들이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다가갔다. 지금도 변함없이 이어간다.

심리학자인 엔젤라 더크위스가 개념화한 용어로 실패와 역경, 슬럼프를 이겨내는 열정과 집념을 끈기를 '그릿(Grit)'이라 말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일,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일, 공동체를 위한 일에 자신의 물질과 시간을 나누며 공동의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할 때 내적인 힘이 생겨난다고 말한 것처럼 필자는 의료봉사를 준비하면서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의료봉사 주관을 가능한 지자체가 담당하고 장소도 관공서나 지역문화센터에서, 그리고 농촌지역에서 기대보다 더 상급병원을 연결하게 되었다.

너무나 귀한 섬김의 공동체들이 많다. 여러 교회와 병원 등 섬김의 공동체들이 의료봉사를 단 1회로 끝내지 않고 재방문으로 섬김의 마음을 더해주셨다. 필자의 교회는 시골교회의 특성을 살려 소박한 먹거리로 의료진을 대접하며 참여하는 지역주민 모두에게 성도들이 정성껏 준비한 간식과 국수를 대접하였다.

"안내방송 드립니다. 오늘 창정 도농센터에서 지역민의 건강을 위해 서울에서 의료진들이 오셨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면사무소에서 수차례 의료봉사 안내방송이 나온다. 지자체에서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협조하고 군 기관장들이 먼저 오시어 의료진들의 먹거리를 섬기며 격려한다. 단순히 교회행사가 아니라 지역행사가 된 것이다.

교회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보다 더 넘치는 신뢰와 마음을 얻었다. 처음에는 연로하신 몇 분들만 찾아오리라 했지만 이른 아침부터 구름떼처럼 찾아주셔서 매번 대기 번호표를 배부하며 차고 넘쳤다. 농촌 지역에서 상급병원의 최고 의료진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회가 된 것이다. 지역교회에 대한 신뢰가 더해졌고 선한 영향력으로 전도의 열매가 더해갔다. 감사한 것은 필자의 교회가 1974년 건축된 석면슬레이트 본당과 조립식 건물로 비가 새고 화재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었다. 지역민들의 호응으로 다음 세대 지역을 함께 섬기자며 성전과 다문화 예수꿈터 문화센터 부지를 허락해주셨다. 모든 일을 하나님이 행하셨고 하나님이 이루실 줄 믿는다.

"선을 행하다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선하고 아름다우면 반드시 선한 열매가 맺히기 마련이다.



김영팔 목사 / 입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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