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Door)을 열다

마음의 문(Door)을 열다

[ 미션이상무! ]

유경수 목사
2024년 05월 22일(수) 15:25
장병들과 부대인근 노숙자 쉼터 '안나의 집' 봉사활동을 마친후 함께 찍은 기념사진.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글래서 (William Glasser) 박사는 그의 책 '현실요법(Reality Therapy)'에서 정신 질환과 같은 것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정신질환이라고 분류하는 질환들은 근본적으로 삶의 두 가지 필수 욕구의 결여로 생긴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필수 욕구는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사랑하고 싶은 욕구이다. 이 두 가지 욕구 중에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못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정서적인 불안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했다. 방금 태어난 신생아부터 자녀들, 사춘기의 청소년, 군인, 부모, 그리고 노인, 모든 사람에게는 애정과 사랑이 필요하다. 정서적인 결핍은 육체적인 기아만큼이나 위험하며 정서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정신적인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전방 부대에서 근무할 때 한 장병을 상담했다. 그 장병은 한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 사람은 바로 군병원 군의관이었다. 우울증으로 너무 힘들었을 때 군병원에 가서 정신과 군의관 진료를 받았는데 군의관은 5분 상담하면서 꾀병을 부리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약 처방을 해주고 장병을 내보냈다. 그 장병은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그리고 분노를 느꼈다. 그래서 저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말했다. 나중에 부대를 통해 확인해 보니 군병원의 정신과 군의관도 매일 40~50명의 우울증에 걸린 장병들을 하루 종일 상담하고 진료하다 보니 지치고 소진되어 무성의한 진료를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나중에 다행히 서로의 오해는 풀리게 되었고 그 장병은 우울증을 잘 치료받고 무사히 전역했다. 이처럼 힘든 군생활 가운데 있는 장병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요즘 같은 힘든 시대에는 마음의 문이 세월이 흐르며 닫히는 듯 싶다. 자녀에게도 장병들에게도 좀 더 애정과 사랑을 나누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어릴 적 가끔 필자의 아버지는 표현만 하지 않지, 마음으로는 우리를 늘 사랑한다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필자가 세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랑이 마음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관심으로 채워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에 부대에 교회에 사랑이 없는 것은 다른 목표나 관심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 사랑이 없는 이유는 내 안에 예수님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사랑이시다. 그래서 내 삶에 사랑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표현하면 더욱 사랑의 마음이 생기고 사랑의 마음이 생기면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장병들을 볼 때마다 손을 꼭 잡아주고 "그동안 힘든 군생활 하느라 고생 많았다"고 "감기 조심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노력한다. 더욱 사랑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유경수 목사 / 충성군인교회·육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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