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새터민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 연중기획 ] '그래도 가야할 길, 평화' 5. 새터민 선교 어떻게 해야하나

강철민 목사
2023년 06월 09일(금) 16:10
다양한 원인과 동기에 의해 삶의 터전을 북에서 남으로 옮긴 북한 주민에 대한 호칭이 20여 종류가 된다. 항간에서 사용되는 많은 용어 가운데 탈(脫)자가 포함된 용어가 대부분 선호되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탈선(脫線), 탈세(脫稅), 탈당(脫黨 ) 등과 같이 '탈'자가 포함된 표현들 상당 부분이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필자는 여러 용어들 가운데 '탈'자가 들어가는 말 보다는, '새터민'이라는 표현이 타 용어에 비하여 보다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라 생각되어 선택하고 있다.

1953년 휴전 이후 1993년도까지는 대부분 연간 10명 미만인 한 자리수의 북한 주민이 입국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바와 같이 당시에는 공개적인 북한 주민의 입국 환영 행사도 언론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난 등 경제난이 진행되고,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부터 북한 주민의 입국 인원이 두 자리수(52명)로 급증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 가장 많은 2914명의 북한 주민이 입국하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지난 3년간 입국 인원은 대폭 감소했고, 2022년에는 67명이 입국했다. 북한 주민의 입국 인원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면, 두 자리수로 증가하기 시작한 1994년을 실질적인 새터민 선교의 원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제 새터민 선교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30여 년간 한국교회는 인적·물적 자원의 지원과 함께 새터민 선교에 많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열정을 보였다. 물론 아름다운 선교의 열매도 없지는 않으나, 새터민의 정착지역에서 한국교회와 새터민의 눈높이의 차이로, 상호 만족스러운 선교의 열매가 풍성하다고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0여 년의 새터민 선교를 되돌아보면, 물론 남북 분단의 장기화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북한 사회와 북한 주민에 대한 이해 부족, 그리고 새터민 현황과 새터민 선교에 대한 연구·준비·공유가 미흡한 상황에서 교단·선교단체·교회 등이 나름의 소견과 방식으로 전개된 선교적 측면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새터민이 우리와 상호 말과 글이 통할 수 있는 동포임과 동시에 남북분단 80여 년에 이르는 동안 북한 특유의 사회주의 문화권에서의 생활 경험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또한 새터민에게는 우리가 경험할 수도 없고, 피부로 공감할 수 없는 탈북과 남한 입국이라는 과정의 여러 상흔이 잔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새터민의 삶의 정황에 대한 연민과 동시에 사회문화적 배경의 다름도 있으며, 새터민에게 내재된 새로운 변화와 놀라운 성장의 가능성도 함께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2023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 19 위기의 완화와 코로나 19에 대한 정책의 변화는, 북한 주민 입국의 자연스러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3월 말 현재 34명(잠정통계)이 입국해 작년 입국 인원 67명의 절반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또한 "한국행 대기 탈북민, 중국에 5만 명 넘게 있다"는 제하의 보도(국민일보 2023년 4월 4일, 36면)에 의하면, 향후 북한 주민 입국의 점진적 증가는 물론 급증과 상황에 따라서는 상당 규모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나아가서 새롭게 점증되는 북한체제의 위기에 따른, 예상치 못한 다방면의 탈북 현상의 증가도 예측될 수 있다. 또한 작금의 불편한 남북 관계에서는 상상조차도 불가능해 보이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북한에서 언급되는 현재와 같은 비법월경(非法越境)이 아닌, 재중동포들의 남한 입국과 유사한 취업·유학·산업연수·여행·방문 등과 같은 북한 주민의 합법적 이주 현상도 전망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의 30년 새터민 선교는 새터민의 당면한 상황과 새터민의 사회적 함의와 새터민 선교의 신학적 의미에 대하여 '몰라서 못하고, 몰라서 잘못하고'라는 표현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 코로나 19 이후 새롭게 시작되는 새터민 선교는 지난 30년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과거의 30년 같은 시행착오는 가능한 축소되고, 선교에 대한 한국교회와 새터민 양자의 기쁨이 보다 향상되는 방향으로 선교가 전개될 필요가 있다.

하나님과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새터민 선교(롬 14:18)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이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한(마10:16)" 선교이어야 한다. 이러한 새터민 선교를 위해서는 새터민과 새터민 선교의 제반 현황과 북한 사회에 대한 기본 이해와 교육이, 새터민에 대한 실제 선교나 봉사에 앞서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새터민의 여러 상황과 사회문화적 배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할 경우 상담이나 지원 등 여러 방면의 선교적 시행착오가 되풀이 될 수 있다. 새터민의 제반 현황에 대한 사전이해와 교육은 새터민에 대한 균형된 시각의 제공과 인식의 제고와 선교 활동의 필수적 기초가 될 수 있으므로 새터민 선교 관계자에게 반드시 요청된다.

총회새터민종합상담센터에서는 새터민 선교의 지혜로운 활성화와 교회에서 필요한 선교 프로그램의 제시를 위해, 2015년에 '새터민 선교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한 바 있다. 2017년에는 '새터민 사회정착·선교 매뉴얼'을 새롭게 제작하여 상당 분량을 배포하면서 새터민 선교 세미나를 개회하기도 하였으나 호응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에 교육에 참여하였던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에게는 프로그램에 대한 상당한 긍정적 평가와 반응을 받기도 했다.

2023년의 중반을 지나 새로운 새터민 선교의 원년이라 할 수 있는 2024년을 바라보면서, 필자와 총회새터민종합상담센터는 지난 30년 새터민 선교의 성찰을 바탕으로 '새터민 사회정착·선교 안내서'를 준비 중이며, 조만간 제작·배포하려 하고 있다. 또한 안내서를 교재로 가칭 '새터민 선교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곧 진행하려 계획하고 있다. 금년에는 시범으로 월 4회 프로그램을 통하여 새터민의 일반현황·정착현황·선교 현황과 북한 이해의 기초 등을 안내하려 계획하고 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본 센터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노회 단위 혹은 교회별 개설도 가능할 수 있다. 본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하는 경우 가칭 '새터민 정착 안내사' 자격을 수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 새롭게 진행되는 새터민 선교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 선교가 될 수도 있다. 1994년을 새터민 선교의 원년으로 볼 수 있듯이 2023년에 이어지는 2024년은 새터민 선교의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원년이 될 수 있다. 이후 30년이 지나면 6·25전쟁의 정전 100년을 바라보게 된다. 향후 전개되는 새터민 선교는 새로운 의미를 지닌 남북의 새로운 미래의 길목을 여는 의미 깊은 선교가 될 수 있다.



강철민 목사

총회새터민종합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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