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유산 계승…"디지털로 응답하라"

기독교 유산 계승…"디지털로 응답하라"

총회 역사위, '사적발굴과 보존 이후의 활용방안' 포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11일(목) 11:19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역사위원회(위원장:김일재)는 지난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7회기 한국 교회사 포럼'에서 가상 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목회자들.
장신대 김효숙 교수가 '메타버스'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한국기독교 사적 및 유물 '발굴'과 '보존', '활용방안'에 관심이 쏟아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역사위원회(위원장:김일재)는 지난 9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7회기 한국교회사 포럼'을 개최하고, '사적(유물)발굴과 보존 이후의 활용방안'을 주제로 기독교 사적과 유물의 보존과 활용, 개발 방안 등을 모색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사적(유물) 보존과 기독교 문화유산의 가치 확산을 위한 방안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메타버스'를 주제로 발제한 김효숙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로, 가상현실 플랫폼이다.

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은 이미 우리 삶 속 가까이에 닿아 보편적인 일상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기독교 문화유산을 우리만의 문화가 아닌 세상과 향유하기 위해서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보편적 언어'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문화유산을 통해 미래세대에 신앙을 전승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콘텐츠로 기독교의 역사적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일환으로 이날 포럼에 참석한 70여 명의 목회자들은 '구글 아트 앤 컬처'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영리 온라인 전시 플랫폼인 구글 아트 앤 컬처는 80개국의 2000여 곳의 이상의 박물관과 미술관 등 문화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마트폰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날 평균 연령 60세 이상의 목회자들은 어플을 직접 다운로드 받아 '손 안의 미술관'을 체험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스마트폰에서 전 세계 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목회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경이롭다"는 한 목회자는 "미술관의 느낌이 그래도 살아있었고, 작품의 색감과 크기까지 실제 같이 느껴졌다"면서 "메타버스를 통해 한국기독교의 문화유산을 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 디지털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김 교수는 사례로 국립중앙발물관이 디지털 실감 영상관을 개관하고 디지털 기술과 문화유산을 접목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도 미국 쇼아(Shoah)재단이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질문하고 증언한 영상을 디지털로 복원해 관람객이 쌍방향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육성을 대화형 인공지능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총회가 기독교 사적과 유물, 역사인물 등과 관련된 자료를 디지털화 한 후 복원작업을 거쳐 향유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윤재현 목사(한국기독교사적 제11호 내매교회 시무)는 "조계종과 가톨릭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문화재 보존과 활용방안에 관심을 보이고 이미 프로젝트 기획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근대사의 역사가 곧 한국교회의 역사인데 우리 총회를 비롯해 한국교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증경총회장 정영택 목사와 한국기독교사적 35호 광주신림교회 이전규 목사가 각각 '교육'과 '문화' 를 테마로 발표했다.

총회 역사위원회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알리고 역사의식 증진을 위해 기독교사적 및 유물을 지정하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사적으로 지정된 교회의 역량에 따라 '보존'과 '관리', '활용'에 격차가 커지면서 총회가 정책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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