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딩톤에서 존 녹스의 어린 시절을 만나다

해딩톤에서 존 녹스의 어린 시절을 만나다

[ 존녹스로드순례기 ] 1. 존 녹스의 탄생지, 해딩톤

김승호 교수
2023년 02월 01일(수) 10:00
넌게이트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
넌게이트 다리
세인트메리교회 정면


16세기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자 존 녹스의 흔적을 찾아가는 순례를 다녀온 영남신대 신학과 김승호 교수가 현장에서 만난 존 녹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하는 순례기를 시작합니다.


2019년 8월 필자는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자 존 녹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존 녹스 로드의 여정을 출발했다. 존 녹스의 탄생지는 에든버러 남쪽에 위치한 해딩톤(Haddington)이란 소도시다. 필자는 렌터카 운전대를 잡고 에든버러에서 약 1시간을 달려 해딩톤에 도착했다. 존 녹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세인트메리 교회에 도착했지만, 너무 이른 시각에 도착해서 교회 개방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교회 뒤쪽으로 걸어가니 새로운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녹색의 평원을 배경으로 교각 아래가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넌게이트 다리와, 그 밑으로 흐르는 강물 위에 오리 떼가 평화롭게 노닐고 있었다. 다리 건너편에는 존 녹스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알려진 기포드게이트(Giffordgate) 마을이 있었다.

강가의 의자에 앉아 흐르는 강물과 그 주변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꿈을 키우던 존 녹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런 평범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세인트메리 교회에서 영적 자양분을 공급받고 자라난 한 소년이 장차 위대한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자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이제 해딩톤의 세인트메리 교회와 기포트게이트 마을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방문하고픈 영적 순례지가 되었다. 이곳의 따사롭고 온화한 햇볕이 존 녹스의 흔적을 찾아온 순례자를 환영해 주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교회로 향했다.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커다란 십자가가 방문객을 맞아주었다. 교회 입구에서 교회 건물까지 걸어가는 길 양쪽에는 비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이 비석들은 삶과 죽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사람은 반드시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할 존재임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예배당으로 들어가니 몇몇 자원봉사자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왔다. 자신의 이름은 셜리(Shirley)이며, 세인트메리 교회의 장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셜리 장로의 안내로 교회 내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존 녹스가 해딩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세인트메리 교회에서 목회 사역을 감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 녹스의 영향으로 세인트메리 교회가 세계 각지에서 순례객이 찾아오는 영적 순례지가 되었다고 한다. 내부의 입식 안내판에는 얼마 전 타개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젊은 시절 남편 에든버러 공작과 함께 이 교회를 방문했던 사진이 게시되어 있었다.
넌게이트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

교회 안내문에는 현재의 예배당이 14세기 말에 건축되었으며, 에든버러에 소재한 세인트자일스 교회보다 더 오랜 역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교회는 존 녹스의 영적 스승이었던 위샤트(J. Wishart)가 마지막으로 설교했던 교회로, 당시 존 녹스도 그 설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릎 쓰고 중세 가톨릭의 위선과 타락을 비판하던 위샤트의 설교를 들으면서, 존 녹스는 참 진리를 회복하는 여정에 자신의 일생을 던져야 할 사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셜리 장로가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평생 세인트메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 왔으며, 방문객에게 역사적인 교회를 안내하는 사역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가 역사적 의미가 담긴 농촌교회들을 복구하고 보존하는 사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는 신앙의 유산을 후대에 전하는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예배당을 나오려는데, 셜리 장로는 곧 자원봉사자 기도회가 시작된다면서 존 녹스 연구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소책자와 리플릿을 챙겨주었다. 그녀의 헌신적인 봉사와 친절한 배려의 모습을 통해, 존 녹스의 종교개혁 정신은 지금도 세인트메리 교회에서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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