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치료제

슬럼프 치료제

[ 미션이상무! ]

최찬송 군목
2023년 01월 11일(수) 08:01
군종목사들 사이에는 대략 6~7년 주기로 찾아오는 슬럼프가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것은 나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어 이 질문과 함께 찾아오고야 말았다. '최찬송, 너 군종목사를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냐?' 나에게서 선뜻 Yes의 대답을 얻어가지 못한 이 질문은 거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를 괴롭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초에 학교 다닐 때 끝냈어야 할, 아니 적어도 목사안수를 받기 전에는 답을 냈어야 할 질문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21살에 군종장교후보생 시험에 합격된 이후로 학부 4년, 대학원 3년, 의무복무 3년. 다른 길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달려왔던 지난 10년의 기간은 나를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그 대가는 슬럼프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은 왠지 깡패가 할 말인 것 같지만 사실 목사에게 더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다. 하나님 가오로 살아야 할 자가 목사 아닌가. 그러나 당시의 나는 극심한 무력감과 의욕 상실로 하루하루를 괴로워하는 비참한 상태였다. 어느 날 밤, 잠들기 위해 침대에 누운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비참함 때문에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다. 먼저 잠든 아내와 이제 갓 태어난 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등을 돌리고 철저히 숨죽인 채 말이다. 나의 슬럼프는 그렇게 선후배 군종목사들도, 성도들도, 가족도 모른 채 그렇게 내 삶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런 나를 주님께서 건져 올리신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사명'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하신 그날, 나는 슬럼프의 바닥을 치고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쓰러진 나를 일으키고 궁극적인 목적을 향해 움직이게 만드는 사명. '기회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한 문장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던 나의 사명은 나를 다시 회복시키고 변화시키는 최고의 슬럼프 치료제였다. 사명을 깨닫게 된 날 이후로 내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졌고 영혼육이 모두 회복되어 갔다.

스스로 회복되어 가는 것을 신기하게 관찰하면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20대의 청년들이야말로 자신의 사명을 깨닫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자 이전까지 너무나 힘들었던 군종목사라는 일이 이제는 너무나 기쁘고 귀하게 느껴졌다. '기회를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사명을 이루어가기에 군종목사보다 더 적절한 다른 직업이 있을까. 특히 '청년'에게 기회를 전달하는 일은 대한민국 군종목사가 전 세계에서 최고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지나온 2년 동안 사명을 찾아 헤매며 시도했던 여러 이론과 방법들을 모아 용사들과 초급간부들을 대상으로 '사명'에 관한 강의를 하기 시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명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책으로 정리하여 출판하기도 하였다. 이 모든 일은 나에게 슬럼프를 허락하시고 도리어 그것을 통해 사명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하나님께서 국군 장병들 모두가 자신의 사명을 깨닫게 하시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일에 나를 작게라도 사용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최찬송 군종목사 / 제7포병여단 승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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