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군대야말로

오히려 군대야말로

[ 미션이상무! ]

최찬송 군목
2023년 01월 05일(목) 15:51
걸그룹, 재테크, 연애. 현재 군복무 중인 20대 초중반의 용사들이 관심을 보일 거라고 흔히 생각할 법한 주제들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직접 마주친 그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진로'에 관한 문제이다. 더 본질적으로 표현하면 '나의 미래'에 관한 문제. 너무나 많은 장병들이 '아.. 전역하고 뭐 하지?'라는 자조 섞인 한숨을 쉬며 살아간다.

예전에는 보통 상병 5호봉, 소위 '상꺾'이라고 불리는 때가 되어서야 '전역하고 뭐하지'라는 고민을 시작했다면, 요즘에는 자대배치 받고 어느 정도 군생활에 적응하자마자 일병 초기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질문은 애초에 입대하기 전 대학 다닐 때, 혹은 알바 하던 때부터 계속해오던 고민이었기 때문에 '군대'라고 하는 주변환경만 바뀌었을 뿐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전까지는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주제인 것이다. 많은 용사들이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이 어려운 질문에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한다. '아 진짜 전역하고 뭐하지? 나는 왜 이 나이 먹도록 잘하는 것도 없고, 심지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단 말인가...!'

그런데 이렇게 고민하는 이들보다 더 안타까운 사람들이 있다. 아예 고민을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경우이다. 자신이 가진 기질과 성향을 발견하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분하며 자기 특유의 색깔로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경우이다. '나도 그렇게 빛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아직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다.

사실 이런 고민은 초중고 학교에서부터 시작되었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태에서 딱히 원하지도 않는 대학에 점수 맞춰 입학하고, 1년에서 2년 정도 흥미도 없는 학업을 이어가다가, 주변에서 하나둘씩 군대에 가기 시작하면서 나도 군대나 가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입대한다. 군복무 기간을 '버리는 시간'이라고 스스로 결정해 버린 채 그저 억지로 끌려왔다고만 생각하며 황금 같은 청년의 시기를 국방부 시계만 바라보며 흘려보내는 장병들이 너무나도 많다.

오히려 군대야말로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는 곳이다. 친구, 친척, 부모 등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억지로 걸어야만 했던 길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시간이 주어지는 곳이다.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의 시기임을 누군가가 알려주어야만 한다. 바로 이 지점이 군선교현장에서 일하는 군종목사들의 가치가 빛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막막한 인생길 가운데 확실한 인도자가 되어주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심을 선포하는 일. 성경 속 위대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을 인도하신 이가 하나님이시며 그 역사하심은 지금의 나에게도 정확히 동일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선포하는 일. 막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장병들에게 전할 수 있는 진정한 위로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최찬송 군종목사 / 제7포병여단 승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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