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이 없기 때문에

대책이 없기 때문에

[ 이슈앤이슈 ]

박만서 기자 mspark@pckworld.com
2023년 01월 03일(화) 16:55
경제 용어에 '최저 생계비'가 있다. 거창하게 경제적 용어라고 하지만, 일반인들도 익숙한 내용이다. 늘 언론을 통해서 듣고 보고 있기도 하지만 개인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저 생계비는 국어사전에서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최저한도의 생계비"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저 생활비 산출은 물가, 물자 공급 상태 등에 따라 영양학적이고 통계학적으로 산출해 내는 '이론 생계비(理論生計費)'와, 생활 실태 조사를 통해 산출하는 '실태 생계비'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임금을 산출(算出)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얼마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기준에 못 미치면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고, 사회 안전망마저도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최저 생계비는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로를 제공한 대가로 지불되는 임금이 최소한의 선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끊임없이 줄다리기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먹고 사는 문제만으로 임금 기준이 결정됐지만 사회 문화가 발달하면서 최소한의 문화 수준을 유지, 노후를 준비하기 위한 비용 등도 폭넓게 임금책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비는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가 있다. 교회의 경우가 그렇다. 규모가 있는 교회의 경우에는 목회자나 직원이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사례비를 제공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교회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으로 인간다운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저 생계비'는 116만원이고, 2인인 경우에는 195만 6051원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경우 교인수가 50명 이하인 교회가 50%가 넘는다. 드려진 헌금으로는 교회 시설을 유지하는 것조차 빠듯하다. 목회자가 최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사례비 지급이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자립대상교회 지원정책에 따라 일부 보전이 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결국 목회자 이중직이 공식적으로 거론됐고, 생계형 이중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하다가 작은 교회 담임으로 사역지를 옮긴 K 목사는 현재 받는 사례비가 부목사로 있으면서 받던 사례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면서 목회를 이어 가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남이 K 목사는 부모의 적극적인 목회 지원을 받고 있으나, 그렇지 못한 주변의 다른 목회자들은 생계형 아르바이트 혹은 목회 이외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귀띔한다.

부교역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몇몇 넉넉한 교회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교회 부교역자의 사례비는 최저 생계비를 유지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교회의 경우 매달 지급되는 목회 지원금을 빼면 정부가 정한 최저 생계비에 못 미쳐서 국가의 보조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목회 지원금을 지급내역이 표시가 나지 않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야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시일 내에 목회자들의 생계를 위한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대책에 목말라 할 뿐이다.

사실 이 같은 목회자의 생활고 문제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같은 문제로 고심해 왔다. 해결되지 못하는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은퇴를 앞두거나 은퇴한 목회자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은퇴를 못하는 목회자들의 현실이다. 은퇴를 해야 하지만 당장 교회를 떠나면 갈 곳이 없다. 적은 교인으로 평생을 목회하면서 노후 준비는 꿈도 못 꾸었으며, 은퇴해도 퇴직금조차도 교회에서 지불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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