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새봄!

1월, 새봄!

[ 목양칼럼 ]

소종영 목사
2023년 01월 04일(수) 08:10
프란츠 카프카는 그의 책 '변신'의 '저자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최근에 나는 오래된 책 하나를 손에 들고, 도끼로 얻어맞은 듯 깨어났다. 피천득 선생의 글을 읽던 중이었다. '1월이 되면 새봄은 온 것이다. 자정이 넘으면 날이 캄캄해도 새벽이 된 거와 같이,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1월은 봄이다. 따뜻한 4월, 5월을 어떻게 하느냐고? 봄은 다섯 달이라도 좋다. 우리나라의 봄은 짧은 편이지만, 1월부터 5월까지를 봄이라고 불러도 좋다.'

와우! 1월부터 봄이란다. 2월 초 입춘이나 지나고 봄을 노래하면 모르겠거니와 소한과 대한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겨울의 한복판에서 봄이라니, 추운 방에서 움츠렸던 어깨를 펴지 않고는 책을 읽어내릴 수가 없었다.

'봄'은 '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겨우내 감추어 있던 것들을 눈 녹은 들판에서 보는 일, 흙이 포슬포슬 부드러워진 것을 발로 느껴보는 일, 싹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을 보는 일 등 볼 일이 많은 계절이 봄이다. 그런데 1월에도 3월의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시선이라니, 가히 경이적이다. 이런 맑음과 예지가 있어 98년의 생을 소년처럼 사셨는가 보다.

먼 옛날 오랑캐 땅에 머물던 왕소군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여 봄이 와도 봄을 느낄 수 없었다던데, 누군가의 눈에는 겨울 한복판 동장군 얼음장 밑에서 꼼지락거리는 움직임이 보이고, 꽃 피울 준비를 하고는 출발선에 서 있는 나무들의 긴장이 보인다 하니, 그런 시선이 너무나도 부럽다.

봄은 '새'라는 글자가 하나 더 붙을 때 정겹다. 새여름도, 새가을도, 새겨울도 없다. 오직 봄만이 누리는 특권이 있으니 '새봄'이다. 새롭게 보는 일, 다르게 보는 일,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일 등 모든 것이 새로운 봄, 새봄이다. 그런 의미에서 1월에도 보이는 봄은, '더 새봄'이겠다.

4년 전 1월, 교회에 한 아이가 태어났고, 할머니 권사님으로부터 아이 이름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는데, 둘 중 하나를 놓고 고민을 했다. '새봄'과 '새빛'이었다. 결국 새빛이라는 이름으로 정했지만, 새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지나놓고 보니, 새봄이든 새빛이든 거기서 거기다. 새로움이니 말이다. 이름이 그래서 그런지 녀석은 늘 신선하고 새롭다.

예수님의 시선도 새봄을 닮으셨지 싶다. 세리(마태) 속에 신약성경의 첫 저자가 숨어 있음을 볼 줄 아는 눈,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의 모습 속에서 사도(바울)의 모습을 볼 줄 아는 눈, 그런 눈의 소유자이셨기에, 겨울을 살던 이들의 두꺼운 얼음을 도끼로 깨고 한 줌 봄을 끄집어낼 줄 아셨던 게다. 그런 눈이 정말 부럽다.

1월! 눈을 크게 뜨고 보니, 벌써 봄 아닌 게 없다. 새봄이다.



소종영 목사 / 가장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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