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합병 이야기

교회합병 이야기

[ 목양칼럼 ]

황인돈 목사
2022년 12월 28일(수) 08:15
2년 전 두 교회가 하나로 합병하였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때였다. "교회합병은 독이 든 사과와 같다." 합병 절차를 진행할 때 느꼈던 소감이다. 교회를 개척하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결혼에 실패하면 이혼의 위기에 빠지는 것처럼 합병에 실패하면 교회가 분열하거나 심하면 존폐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결코 장밋빛 꿈이 될 수 없다.

어려웠지만 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데에는 앞선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 몇 번 합병 추진을 경험했었다. 우리 교회가 합병을 먼저 제안한 적은 없지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교회들로부터 합병을 제안 받았다.

첫 번째 제안을 받았을 때는 경험이 없는 터라 두려움이 컸다.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시험적인 과정으로 연합예배를 드리자 했다. 처음 한두 번은 예배당에 가득한 인원을 보며 모두들 좋아했고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횟수가 늘어갈수록 장애물이 나타났다. 둘은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달랐다. 수십 년 익숙한 설교 스타일이 달랐고 목회철학도 방향도 달랐다. 냉담하게 지켜보던 몇몇 교인들이 반대의견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교인들은 갈등했다. 결국 연합예배는 중단되었고 합병은 무산되었다.

두 번째 제안이 왔을 때는 첫 번째 실패를 거울삼아 연합예배라는 과정 없이 신속하게 추진하고서 공동의회를 열었다. 담임목사는 중립에 서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하나님의 뜻으로 인정하기로 하고 공동의회를 개회하였는데 투표 결과는 '부결'이었다.

몇 년 후 세 번째 제안이 들어왔다. 교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두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차분하고 꼼꼼하게 준비했는데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다. 제직회, 공동의회를 소집할 수 없어 수개월을 그냥 흘려보냈고 결국 무산되었다.

네 번째 제안은 두 번째의 그 교회였다. 그러나 그 때와 상황은 달라졌다. 코로나로 인해 두 교회 모두 어려움이 심화되었고 위기감은 합병을 간절하게 만들었다. 합병이 수월했던 것은 한쪽의 담임목사가 사임 후 공석이었으며 두 교회가 같은 노회, 같은 시찰회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교회의 역사를 바꾸고 큰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담임목사가 중립일 수는 없겠다 싶어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주도했다. 합병에 따른 목회 비전을 세우고 지켜야 할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합병 제안서 교환, 합병 합의서 체결, 당회 연석회의, 합병추진위원회 설치, 제직회, 공동의회 결의, 노회 청원과 허락, 합병위원회 구성, 합병식 등 하나씩 과정을 밟아 나아갔다. 연합예배를 거쳐 드디어 두 교회는 하나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3년차에 접어들었다. 교회합병을 먼저 경험한 목회자들은 5년이 고비라고 충고한다. 교회합병은 정삼각형을 거꾸로 세워 역삼각형이 된 형태와 같다.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갈등의 소지가 높다. 아직도 코로나는 진행 중이고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써야하기 때문에 교인들은 서로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른 채 서먹하다.

사과에 어떤 독이 더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제거하고 맛있는 사과로 바꾸려고 오늘도 말씀과 기도로써 목회의 하루를 시작한다.



황인돈목사 / 아름다운충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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