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출간 된 '루터개교기략'

1908년 출간 된 '루터개교기략'

[ 이야기박물관 ]

신상현 목사
2022년 10월 31일(월) 16:27
루터개교기략, 게일 저, 이창직 교열, 22x15.2cm, 1908년.
게일(J.S. Gale, 1863~1937)이 저술하고 이창직이 교열하여 1908년 광학서포에서 출간한 '누터괴교긔략(루터개교기략)'이다. 이 책은 16세기 종교개혁의 핵심 인물인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생애를 총 20장, 196쪽의 분량으로 소개했다. 루터교선교사가 내한하기도 전에 루터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책이자, 종교개혁 관련 첫 번째 단행본이었다. 교열자 이창직(1866~1938)은 1888년 내한한 게일이 1889년 황해도 소래교회에서 만난 교인으로, 해주 양반 출신의 학식이 뛰어난 선비였다. 그는 게일과 함께 평생을 동역하며 성경번역회 위원으로 봉사했고, '천로역정', '유몽천자' 등 다수의 번역과 저술로 문서 선교사역에 크게 쓰임받은 인물이다. 이창직은 이 책의 서문을 직접 썼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님께서 루터를 보내사 구라파의 큰 마귀 세력을 벽파하셨으니 동양교서에 이른바 하나님이 공자를 내지 아니하셨으면 만고가 긴 밤과 같겠다 함과 같이 하나님께서 서양세계에 루터를 내지 아니하셨더면 우리 동서양 인민이 모두 흑암 세계에 처하였을 것이요 십자가의 도가 광포치 못하였으리니 이것이 어찌 선생을 보내신 하나님의 능력이 아니시리오 슬프다 우리 대한예수교회가 왕성한지 날이 이미 오랫거늘 어찌 이 책이 오늘에 개간되느뇨 매우 늦었도다… 우리 주를 믿는 형제자매는 이 책을 열람하시고 교회의 시조되는 루터 선생의 열심같은 열심을 분발하여 주를 위하여 일하는데 전문으로 나아가는 자가 날마다 많아지기를 바라나이다.'

이창직은 루터의 개혁이 하나님의 뜻이며 교회를 넘어선 온 유럽의 개혁의 역사라는 자신의 이해를 위와 같이 피력했다. 내용의 다소 과장된 면과 현재의 평가와 다른 부분은 새로웠던 당시 개신교신앙의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고서를 보는 재미다. 책의 내용은 20장의 소제목에 따라 전개되는 소설 형식의 루터전이다. 누구나 읽기 쉬운 소설이라는 형식은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섰을 것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위인전이 그렇듯 루터의 어렸을 때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어버드(에어푸르트), 1517년 10월 31일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위든벅(비텐베르크)시절, 로마, 오사반(아욱스부르크), 워음스(보름스)회의의 재판, 괴반보(바르트부르크)로의 도피, 다시 위든벅(비텐베르크)으로 돌아온 시기의 사건들, 기독교를 개혁한 기초와 내용, 루터의 취처(결혼), 죽음, 그리고 그의 행실과 공부에 관한 평가를 한국적 정서와 문체로 담아냈다. 그래서 이 책은 신학교의 교회사 교재일 뿐 아니라 로마가톨릭과의 갈등 속에 살던 구한말 개신교인들에게도 그들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는 소중한 문서가 됐다.

신상현 목사 /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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