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억과 단기기억

장기기억과 단기기억

[ 목양칼럼 ]

박재홍 목사
2022년 10월 26일(수) 08:15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이들은 과거의 기억보다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이 상대적으로 많이 감소한다고 하고, 이것을 어떤 이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항상 뒤쳐지지 않도록 새롭게 살아가야지' 다짐하지만 또 다시 장기기억의 옛이야기를 꺼내 소위 '꼰대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고개를 흔든다.

지난 8월에 40년을 함께한 대학 동아리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모두 최근 일들은 별로 얘기하지 않고 옛날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는 나이가 들다보니 장기기억만 되새긴다 생각했다.

분명한 사실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느 순간 '현재'는 점점 사라지고, '과거'를 말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무엇보다 내일에 대해 쓸데없는 염려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님은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하라"(마6:34)고 했는데, 내일 일을 지금 미리 당겨 오늘 염려함으로 인해 결국 현재도 내일을 염려하는 모습뿐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말씀을 마음 판에 새기라'(신6:6)고 하고, '말씀이 우리 안에 심어졌다'(약1:21)고 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마음에 말씀이 자리 잡고 열매 맺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부드러운 우리의 마음에 말씀을 새겨 남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할지, 또 우리의 마음에 심어진 말씀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니 '처음 사랑을 버렸다'(계2:4)는 책망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 이제는 새롭게 다짐하면서 '무엇을 하리라' 했다가 금방 잊어버리고 실천하지 않는 단기기억의 단점은 과감히 던져버리고, 비록 꼰대소리를 듣는 한이 있어도 장기기억의 장점을 살려 그때 그 감격의 시간으로 돌아가 다시 새롭게 말씀의 자리와 기도의 자리로 들어가야겠다.

'기본에 충실하자'며 20년을 넘게 외쳐왔는데, 정작 '나 자신은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가' 돌아보니 나는 아직도 공사(工事) 중이다. 사실 주님 앞에 설 때까지 "내 인생은 공사 중일 수밖에 없고, 또 공사 중인 것이 맞다"고 스스로 말해보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게 느껴져서 - 이것만은 언제든 변하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하며 해마다 12월이면 교우들과 함께 또 다시 '맥체인성경읽기'와 '예수의 기도'에 대해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상관없이 지속되어야할 변하지 않는 가치인 진리가 있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꾸며 대처해야할 것이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인데, 어느 순간 강퍅해진 마음으로 옛날만 고집한다면 꽉 막혀 소통되지 않고 나이만 든 부끄러운 인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에스겔 선지자는 계속해서 '돌 같은 마음,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겔11:19, 36:26).

이제 주님을 향한 옛날의 그 열심과 헌신과 결단이 그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하는 장기기억의 일부로만 존재하지 않고, 오늘 지금 현재 이 자리에서 실천되고 행해지는 단기기억으로 굳게 자리 잡고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박재홍 목사 / 납읍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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