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한국교회

기후위기와 한국교회

[ 주간논단 ]

노승찬 목사
2022년 10월 11일(화) 08:15
지난 9월 24일 서울 시청역에서 3만 5000명이 모여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기후정의행진을 하였다. 기후위기는 인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위기이고 이 위기를 해결하여야 할 책임이 인류에게 있다. 기후위기는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 아니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점진적으로 심화되어 왔고,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홍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급격한 기후변화의 단적인 예를 제공하였다. 파키스탄 재난관리청은 이번 홍수로 막대한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1486명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일대를 강타하여 포항 지역에 큰 피해를 준 것도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그 원인이라고 한다. 또한 북극, 알프스에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 홍수 등의 자연재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인류에게 남은 탄소예산을 소진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기후위기 시계는 6년 290일 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간으로 하여금 철저하게 자신의 유한성을 자각하도록 만든다. 아무리 견고한 문명과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여도 거대한 자연재난 앞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가 단위에서의 장기적인 해결 과제 수립과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죄악의 문제를 간과하고 넘어간다면 다시 반복되는 오류를 범하고 말 것이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대응 이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즉 끊임없이 지구와 세계를 향하여 공격을 가했고 지금도 가하고 있는 인간의 진정한 회개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인간의 실수를 돌이킬 수 있는 책임 있는 행위가 요청된다. 인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관리하고 돌보는 청지기적 사명을 잃어버리고, 마치 무한한 듯 자원을 소비하였고,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무자비하게 자연을 훼손시켜왔다. 결국 기후위기는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창조질서를 무너뜨린 죄악의 결과로써 이제는 파괴된 피조물로부터 심판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창조 세계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여 그동안 저지른 죄악을 철저히 인식하고, 회개함으로써 자연의 심판을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다시금 청지기의 사명을 되새기고 결단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연구하고 적용하며, 정착화 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교회는 2021년 5월 오는 2040년까지 탄소배출을 10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과 자연기반 탄소흡수원을 확대하는 목표를 수립하였다.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마련하고 창조세계의 온전성 회복과 지구적 기후정의 및 생태정의 실현을 위한 실천적 운동을 시작하였다.

우리 교단도 지난 106회 총회에서 총회기후위기위원회를 조직하여 기후위기에 대한 총회적 차원의 대응을 시작하여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을 전개하였고, 2022년 3월 6일 사회봉사주일에 총회장 목회서신, 기후위기 대응 총회 결의문, 지구를 위한 행동 52주 등을 발표하여 전국교회에 배포하였다. 또한 본인이 속한 경기노회를 비롯한 다수의 노회에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기후위기위원회를 조직하고 노회적 차원에 구체적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노회는 2021년 10월 18일에 한국에너지공단 경기지역본부와 탄소중립2050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맺고, 향후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홍보 및 교육, 생활 속 온실가스 감축활동 전개 및 실천 유도, 친환경자동차 보급 등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 등의 과제를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총회와 노회의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적 노력이 전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전파되고 총회, 노회, 교회가 하나가 되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총회, 노회, 교회가 창조 세계를 돌보고, 관리하고, 가꾸는 청지기적 자세와 생태 감수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자연과 생태계를 정복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공존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교회는 세상의 그 어떤 조직, 단체보다도 가장 책임 있는 기후위기 해결자의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성경은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즐거워하느니라"(고전 12:26)고 말씀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인간은 같은 지체이자 한 몸이나 다름없다. 기후위기의 심각함과 기후위기 방지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우리가 망가뜨린 지체인 자연을 치유하고, 창조질서를 회복시키는 시대적 사명과 책임을 감당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노승찬 목사 / 한사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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