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이냐 경쟁이냐

방향이냐 경쟁이냐

[ 목양칼럼 ]

송희종 목사
2022년 08월 10일(수) 08:13
43년전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광나루 선지동산에 올랐다. 도서관 밑 잔디밭에는 '솔리 데오 글로리아'(오직 하나님의 영광)라고 쓰여진 커다란 등잔이 있었다. 학생 수가 적어서 거의 모든 야외에서의 행사는 그곳 글로리아 잔디밭에서 이루어졌다. 그때는 잘 몰랐다, 그곳에 쓰여진 그 말이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그것을 보며 오랜 세월 훈련받던 내 마음속에, 어느덧 그 등잔이 생겼다. 꺼지지 않는 등잔처럼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하는 내 목양의 목표가 새겨진 것이다.

나는 이 말을 19년째 내가 섬기는 교회의 표어로 쓰고 있다.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 필자가 목양하는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만일 교회와 목회자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하는 이 말에 집중하고, 그래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드러난다면, 사람에게 향하는 게 아니라 오롯이 하나님께만 향한다면, 그러면 사실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항상,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 교회가 나타나기를 원하고, 하나님이 흥하는 게 아니라, 목회자나 사람이 흥하려하고, 영광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을 향하던 그 방향이 잘못되어진다면 그 순간부터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 욕심 사나운 인간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가 잘 아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있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면 당연히 발 빠른 토끼가 느릿느릿한 거북이를 이겨야 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토끼가 아니라 거북이가 이겼다. 그 비밀은, 처음부터 바라보는 것(방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오로지 목표를 바라보고, 자기만의 걸음으로 처음부터 산등성이의 깃발을 향하여 달렸다. 만일 거북이가 목표(방향)를 바꾸어 토끼를 보고 경주했다면, 아마도 달리기 경주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했다고 해도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반면에, 토끼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거북이를 바라보며 경쟁하듯 달렸기 때문에, 가다가 코를 골며 태평하게 잠을 자다가 거북이에게 지고 말았다. 목표를 보는 것과 상대를 보는 것이 성공과 실패를 갈랐다.

그런데 오늘 우리 한국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하는 교회의 목표를 바라보며 느리지만 자기만의 걸음으로 끊임없이 가려 하기 보다는, '큰 교회'라는 세상적인 성공의 목표를 정해놓고 그 교회와 경쟁하듯 달음질한다. 목회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교회마다 자기교회만의 걸음걸이로 하나님 영광이라고 하는 목표를 향해 달음질하지 아니하고, 그저 앞서가는 큰 교회를 바라보며 경쟁하듯 똑같이 달려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서로 경쟁하듯 달려가는 이 경기를 멈추어야만 한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그 방향을 바로하지 않으면 교회도 목회자도 다 망가지고 불행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회하면서 늘 다른 교회나 다른 목회자와 경쟁하듯 목회하려 하기보다는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목표를 향해 우리 교회만의 그리고 나만의 걸음걸이로 그 길을 올곧게 걸어가려 최선을 다한다. 때로 그 길이 힘들지만 기쁨이 있고 행복이 있다.



송희종목사 / 임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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