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선교사가 발간한 출산 지침서 '태모위생'

1905년, 선교사가 발간한 출산 지침서 '태모위생'

[ 이야기박물관 ]

신상현 목사
2022년 07월 25일(월) 09:28
사락수 의료선교사가 1905년 발간한 '태모위생'.
1880년대 초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미국인 학자 노웰은 조선의 여성에 대해서 '물질적으로, 육체적으로 여성은 하나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여성은 영(零; 숫자 0)'이라고 기록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여성은 그 실체는 있으나 그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현실은 선교사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가부장 사회에선 딸을 부모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유리하게 처분할 때까지만 이고 갈 짐으로 여겼다"는 한 선교사의 증언도 있다. 또한 노블 부인은 1898년 1월 24일 그의 일지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얼마 전에는 생후 6주 된 아기를 둔 여성의 집에 찾아갔는데, 그렇게 지저분한 광경은 처음 보았다. 아기는 태어나서 딱 한 번 씻겼으며, 기저귀도 없이 지저분한 누더기에 싸여 있었다. 오물 범벅이 된 채 아기는 울고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그 가엾은 여자 아기는 결국 죽었다고 한다. 아기의 부모는 아기를 편안하게 해 주고 아기의 목숨을 연장 시키려는 노력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계집아이이기 때문에…'

마침내 선교사들은 여성을 위한 문서를 출간하기 시작했다. 독립운동에도 관여했고, 선천 미동병원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활동한 의료선교사 사락수(Alfred M. Sharrocks, 1872~1919)가 1905년 '태모위생'을 발간한 것이다. 총 22면의 이 소책자는 저자가 영문으로 쓴 발간사와 한국어로 쓴 서문, 자궁론, 월경론, 잉태론, 해산론, 산후론의 총 다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발간사에서 그는 '우리 한국 자매들이 당하는 고통의 많은 부분은 출산 전후 그들 자신에 대한 돌봄 부족에 직간접적인 원인이 있다. 이 돌봄의 부족은 지식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다음 내용은 가장 간단한 언어로 쓰인 실용적인 지식이다. 이 작은 책자가 기도와 함께 가르치고 전해지면서 한국인 독자들을 격려할 것을 바란다'라는 집필동기를 밝혔다.

이 책에서 그는 하나님께 받은 부모의 직분을 강조하면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남편과 가족들이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지식을 기록했다. 임신기간과 출산일 계산법을 알려주며 남편은 그 때에 반드시 타지에 가지 말고 반드시 함께 있어야할 것, 임신과 출산 전후로 여성의 지나친 노동을 금할 것, 임산부의 청결한 몸과 환경 유지에 힘쓸 것, 출산 장소 위생의 중요성, 그리고 초유는 신생아에게 유익한 하나님이 예비하신 좋은 약이라고 소개했다. 사락수는 '아기 기르는 방법은 '아모권면'이라는 책을 사보시오' 라는 문장으로 '태모위생'을 끝마쳤다. 이 책들은 당시 한국 땅에 들어온 선교사의 눈에 가장 소외되고 낮은 자들이었던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저술이었다.

신상현 목사 / 장로회신학대학교역사박물관 학예사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