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엔 원로목사님이 계신다

우리교회엔 원로목사님이 계신다

[ 목양칼럼 ]

서경기 목사
2022년 07월 27일(수) 08:10
내가 시무하는 영광교회에는 원로목사님이 계신다. 원로목사님을 알게 된 지는 17년이 되었다. 처음은 내가 일하는 선교회의 회원으로 뵈었다. 그때 목사님은 영광교회에 라오스 선교를 안내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10여 년간 영광교회 단기선교팀과 여러 차례 라오스를 방문했다. 라오스에서 지내는 일주일간은 목사님과 교인들과 함께 힘껏 봉사하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목사님은 때때로 영광교회 선교예배와 교육 시간에 필자를 강사로 부르셨다.

그러는 동안 목사님과 교인들은 필자를 좋게 보셨던 것 같다. 7년 전에 교회는 목사님의 후임으로 나를 위임목사로 청빙하였다. 이전에 주로 기관에서 일하였던 나는 일반 목회 경험이 일천하여서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청빙하신 것은 목회 윤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믿어주셨기 때문이리라.

목사님은 은퇴하시면서 몇 가지를 당부하셨다. 목회에 대해서는 성장이 아닌 성숙을 강조하셨다. 교인이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고 복음적인 삶을 사는가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내가 가장 약하고 두려워하는 설교에 대해서는 '짧고, 쉽고, 재미있게'하라고 부탁하셨다. 이는 복음적 설교가 교인들에게 들리고 영향을 끼치는 방식이라는 말씀이다. 지금도 이런 설교를 할 능력이 없으나 늘 마음에 두고 있다.

나의 목회를 도우려는 목사님의 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내가 부임하고 목사님이 원로로 추대받으시기까지 4개월이 남았던 때, 목사님은 20년 동안 하지 않았던 안식년을 가지셨다. 짧은 기간이지만, 내가 목회의 막중한 책임을 경험하고 당면 과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목사님의 의중을 알고는 자신감을 가졌다.

목사님은 은퇴하신 후 영광교회에 출입하려고 하지 않으셨다. 교회에는 한 지도력이 있어야지 두 지도력이 있으면 교인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생각이셨다. 한 번은 라오스 단기봉사에 함께 가시자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거절하셨다. 10여 년간 그렇게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사역하신 곳인데도 역시 두 지도력 문제 때문이었다. 결혼 주례도, 장례 주례도 마찬가지이다. 교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기도 역시 내게 맡기셨다. 처음에는 교회 출입도 하지 않으려 하셨다. 그러나 원로목사님의 경험은 교회의 중요한 자산이 아닌가? 몇 번 말씀드려서 일 년에 5번 모시게 되었다. 2번은 창립주일을 포함한 주일 오전예배에, 2번은 오후 선교예배에서 오셔서 설교 말씀을 전하신다. 1번은 송구영신예배 때 오셔서 축도하신다.

목사님은 후임인 나를 세우시려고 교회 오실 때마다 교인들에게 늘 말씀하신다. "내가 영광교회를 목회하면서 가장 잘한 일은 서경기 목사님을 모신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신앙인이고, 노회에서 존경받는 지도자이고, 우리 영광교회를 정성껏 섬긴 목회자이다. 이런 분이 보잘것없는 나를 세워주시려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목사님은 후배를 위해 언제나 마음과 시간을 열어놓고 계신다. 목사님을 주로 점심에 만나서 냉면이나 칼국수나 추어탕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온갖 주제에 대해서 대화한다. 그때마다 나는 교훈을 얻는다. 때로 나만이 듣는 게 아깝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전화를 드려서 점심을 하시자고 해야겠다.

영광교회에는 원로목사님이 계신다.



서경기 목사 / 영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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