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 목양칼럼 ]

송희종 목사
2022년 07월 27일(수) 08:00
목회자들에게 '목회가 어떠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도 예외가 아니다. 스무 살 젊은 나이에 뭘 모르고 신학을 시작하고 목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하면할수록 목회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다.

목회가 어려운 이유는 교회 안에서 목회자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고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교인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일이야 정해져 있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지만, 관계는 교인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자기 상황에 따라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그때그때 마다 성도들을 대하는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면, 문제는 언제나 발생하게 되어 있다.

나름 주님을 우선하고, 교회를 사랑하고 성도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을 다해 목회한다고 하는데도, 모든 성도가 다 내 마음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때로 성도들이 무심코 아무 고민 없이, 자기 경험, 자기 생각이라며 내뱉는 말들이 목회자인 내 마음에 거슬릴 때가 있다. 때로는, 몰라도 저렇게 모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잘못된 것을 뜯어 고치고 싶고 모르는 것을 가르치고 싶을 때가 있다. 거기다가 믿었던 성도들이 목회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히려 말도 안 되는 말이나 행동을 스스럼없이 행할 때는 '아 진짜 믿을 성도 하나도 없구나'하는 생각에 목양에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사실 목회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목회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목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이나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다. 만일 그렇게 해서 고쳐질 수만 있다면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런데 번번이 경험하는 것은 그렇게 하면 목회자만 더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목회자는 할 말이 있어도, 교회와 하나님을 위해서 참고 또 참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참 힘들다. 그래서 그때마다 나는 사람에게 할 수 없는 그 말을, 하나님 앞에 쏟아내곤 한다. 그러면 그때 하나님이 내 마음에 허락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버지의 마음'이다.

오래 전에 '감자탕 교회 이야기'라는 책으로 알려졌던 서울광염교회 조현삼 목사의 말이다. "개혁자의 마음을 품고 목회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개혁의 대상이 됩니다. 선생의 마음을 품고 목회를 하면 모든 사람이 다 가르침의 대상이 됩니다. 경영자의 마음을 품고 목회를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평가의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목회를 하면 모든 사람이 다 사랑의 대상이 됩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아버지의 마음, 그 마음을 품고 목회하지 않으면, 모든 성도가 그 모습 그대로 품고 사랑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못마땅하고 뜯어고쳐야 할 대상이요, 옳고 그름을 가르쳐서 바르게 해야 할 대상이요, 판단하고 심판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내가 목양하는 성도들이 나에게 그런 존재라면 나의 목회는 불행한 것이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목회하면서 성도들을 대할 때마다, 스승이 아니라 영적인 아비로서, 성도들을 그 모습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마음'을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아버지의 마음, 오늘도 내 안에 있길 소망하는 마음이다.



송희종 목사 / 임실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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