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은 귀하다

모든 만남은 귀하다

[ 목양칼럼 ]

조의환 목사
2022년 07월 20일(수) 08:04
1992년 아내와 함께 스코틀랜드를 여행하게 되었다. 마침 그곳 에딘버러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친구부부와 자동차를 렌트하여 스코틀랜드를 여행하였다. 여행을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오던 날 이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시간이다." 이 말은 그 후 오랫동안 내 마음에 담겨 있었다. 나는 휴가중이지만, 그 친구는 박사과정의 바쁘고 힘든 공부중에 있었기에, 그의 시간은 그의 최고의 사랑이고 헌신이었던 것이다.

휴가를 맞이하여 해외로 나가는 경우들이 있다. 그럴 때면 그 나라나 도시에 있는 선후배 동료 목사들과의 만남을 자제하려고 애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의 바쁜 사역의 시간을 내 휴가로 빼앗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만히 가서 조용히 돌아오는 편이다. 그런데 사실은 또 하나의 이유도 있다. 그것은 선교지에서 만나는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사역 이야기도 듣게 되고, 그것이 기도의 제목이 되고, 그래서 그분을 돕기 위하여 뭔가를 해야만 하는 선교의 부담을 안고 귀국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첫번째 이유는 선교사들을 위한 배려이고, 두번째 이유는 순전히 이기적인 이유이다. 그러니 혹시 선교사님이나 목사님들 중에, 해외공항에서 필자가 보이면 반갑게 인사하셔도 되지만, 혹시 바쁜 시간을 제가 빼앗을 수도 있으니 그냥 모르는 척 하셔도 된다.

2012년 그 때도 런던에서 안식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동기회에서 연락이 오길, 영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고 윤태대 목사님의 딸 결혼식이 있으니, 동기회를 대신해 방문축하를 하라는 명이었다.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는 나를 공개적인 장소로 불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끌었는데, 유럽동문회장으로 있었던 고 윤태대 목사님께서 유럽동문수련회가 에딘버러에서 있으니 참석하면 어떻겠냐는 청이었다. 마침 주강사로 오시는 분이 평소에 존경하던 교수님이셨기에 마음이 움직여져서 참석하게 되었다.

그 때 그곳에는 이제 막 박사과정에 들어와 정신 없이 공부하고 있던 박준수 목사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그를 보고 마음이 짠하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필자가 시무하고 있는 김해교회의 유년부를 다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가까이 교제하게 되었는데, 그 때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교회는 이미 많은 목사들이 있으니, 자네는 한국교회의 영성과 목회방법으로 영국교회를 새롭게 하는 목사로 도전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한국교회 목사가 영국교회를 섬기는 목회자가 된다는 것을 그 당시 그는 불가능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시작되었고, 박사과정 공부 중에는 스코틀랜드 교회의 부목사로, 졸업 후에는 우리 교단과 영국개혁교회와의 선교협정으로 런던에 있는 2개 교회의 담임목사로 그리고 이제는 런던 북쪽에 있는 4개 교회의 담임목사로, 그리고 캠브리지 웨스트민스트 컬리지의 부교수로 임명되었으니, 작은 만남이 얼마나 큰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지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에 감격할 뿐이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모든 만남은 귀하고 복되다. 하나님의 인도와 섭리 가운데 우리가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나님께서 행하실 일들을 기대하며, 어디서든 우리 서로 만나자.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실 일들을 기대하며 기도하자.



조의환 목사 / 김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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