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가 아닌 진리의 문제

진보와 보수가 아닌 진리의 문제

[ Y칼럼 ] 이정인 청년 ③

이정인 청년
2022년 07월 13일(수) 10:57
"언니 나 언니 좋아해요." 뭐? 뭘 좋아해? 나도 너 좋아해! I like you. 하하 웃으면서 넘겼던 일인데, 알고 보니 그 말은 "I love you" 였다. 모태신앙인 필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 내 대학 동기들은 아주 쉽게 이해했다. 다들 하는 말이 퀴어가 뭐 어때서. 나에게는 되레 냄새나고, 고리타분한 기독교 신자라는 말이 뒤따라 붙었다.

초,중,고 시절 남녀공학을 다녔던 나에게 대학은 신세계였다. '여자대학교'에서는 생각보다 엄청 재밌는 것들도 많았고 그만큼 위험한 것들도 있었다. 과 특성상 현역보다 재수, 삼수가 많았던 우리 과는 언니들이 많았다. 멋진 언니들이었지만, 개인적으로 신앙상에서는 부딪히는 것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부대꼈던 것은 술과 담배가 아닌 그들의 연애 취향이었다.

'동성애는 죄다'라는 팩트는 내 머리에 쪼아다 박히다 못해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센서였다. 친하다고 생각한 이들이 '나는 양성애자야!'라는 말을 하다가 실제로 그들이 남자와 여자를 섞어 만날 때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눈앞에서 여자끼리 입을 맞추고,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데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떠날 수밖에.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되뇌었던 말은, '이거 실화냐?' 였다.

늘 딜레마였다. 수업을 함께 듣고 팀별 과제도 하고, 대화를 할 때 너무 좋았다가도 그런 모습들을 볼 때는 너무 힘겨웠다. 이 양립적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퀴어'를 받아들이지 않는 내 모습은 사회적 흐름상 꼰대 같아 보이기도 했다지만, 그들을 정죄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이런 고민들을 교회 안에서 털어놓았을 때. 누군가는 그랬다. 너는 너무 진보적이라고. 그땐 받아들이기도 했었다. 동성애는 논할 가치조차 없는 죄라는 생각도 있었다.

죄는 팩트이나 그건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혐오 또한 죄가 아닌가 싶었다. 이건 진리를 논해야 할 문제이다. 그들 안에서 하나님 대신 무엇이 갈구되는가, 그것으로 그들이 충족될 수 있는가. 나는 그들이 서로를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당시의 부대낌이 지금의 불편함과 아픔으로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들을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그저 사랑으로 품고 싶은 애타는 마음, 그건 당신들이 잘못되었다는 정죄와 비난의 손가락질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주님의 마음. 어느 누구도 그들을 탓할 수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구도 판단할 수 없으니까. 누구라도 주님은 사랑한다고 하셨으니까. 그래서 오늘도 진리를 바라볼 뿐이다.



이정인 청년 / 은혜로사는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