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강제 실향 사태…또 사상 최고 기록

전 세계 강제 실향 사태…또 사상 최고 기록

유엔난민기구 2021 글로벌 동향 보고서 공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2년 06월 19일(일) 22:16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의 기후 변화와 가뭄으로 수많은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났다. 가족 대부분은 집과 가축, 농지를 잃었다. /사진: 유엔난민기구, 유진 시보마나
강제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수가 지난 10년간 매년 증가해 1억 명을 돌파했다. 이는 유엔이 강제 이주민 수치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세계 난민의 날'을 나흘 앞둔 지난 16일 유엔난민기구가 공개한 글로벌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전쟁, 폭력 사태, 박해 및 인권 침해를 피해 강제로 집을 떠난 사람들의 수는 약 8930만 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8240만 명이었던 것에 비해 8% 증가한 것으로 강제 이주민의 수가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글로벌 동향 보고서 수치 집계 기준인 2021년 말 이후에도 강제 이주민 숫자는 계속 증가해 2022년 5월에는 1억 명을 넘어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크고 급격한 규모의 실향 사태를 야기했고, 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전 세계 긴급 사태들은 전체 강제 이주민 수를 1억 명 이상으로 만들었다. 1억 명은 전 세계 인구 1%를 넘는 수치로, 세계에서 14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의 국민 숫자와 비슷하다.

한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보호대상자 숫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980 만 명이었던 숫자는 2021년 말 1130 만 명으로 늘어 15% 증가했고, 이들 중 76%가 여성과 어린이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난민의 95%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분쟁이 급격히 증가해 새로운 실향민들의 수가 증가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23개국에서 약 8억 5000만 명의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분쟁을 겪어야 했다. 우간다, 차드 등 많은 국가들에 새로운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2020년 2640만 명이었던 난민이 2021년에는 약 2710만 명으로 늘었다. 난민 대다수는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이웃 국가들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해 난민 신청자 숫자도 지난해 (410만 명)보다 11% 증가한 460만여 명을 기록했다. 또한 2021년은 자국 내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의 수가 15년 연속으로 증가한 해이기도 하다. 미얀마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점점 증가하는 폭력 사태 및 분쟁으로 국내실향민의 수는 약 5320 만 명으로 증가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도영수) 인권소위원회(위원장:이광호)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해 '교회와 난민-환대와 평화의 윤리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인권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은영 박사(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가 주제 강연을 했으며 '최근 국제 강제이주 동향 및 국내 주요쟁점'(이탁건 법무담당관) '예멘 아크가니스탄, 우크라이나 사건들에 비추어본 난민보호 위한 한국 시민사회의 과제'(이일 변호사) '난민에서 이주민으로의 정착 지원을 위한 시민사회의 포용적인 역할과 참여'(손문준 교수)등을 주제로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NGO단체들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지원에 나섰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홍정길)은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60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밀알복지재단은 지난 3월부터 아동과 여성, 장애인 등 취약계층 난민에게 긴급구호를 펼치고 있으며 5월부터 긴급구호 지역을 확대해 식량과 생필품 등 구호물자를 지원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폴란드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난민캠프에 부족한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전쟁 후유증을 겪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또 오는 7월 7일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제19회 밀알콘서트'를 개최해 추가 긴급구호 자금을 마련한다. 유튜브 '알TV'채널에서 라이브로 방송되는 콘서트에는 우크라이나 출신 클래식 연주자들이 출연해 고국의 평화를 염원한다. 콘서트 수익금은 우크라이나 긴급구호에 사용된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난민들의 삶에 관한 글로벌 보고서 '기아와 방임 속의 아이들: 잊혀진 난민들'을 발간하고 난민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11개국(브라질, 콜롬비아, 콩고민주공화국, 요르단, 페루, 터키, 우간다, 방글라데시, 과테말라, 온두라스, 말리)에 거주하는 난민 중 특히 난민 아동들의 삶의 질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비전이 시리아·남수단·베네수엘라와 같은 분쟁국에서 피란한 난민과 국내 실향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2%가 식량·의료·주거비 등 아이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난민 아동의 절반은 위험한 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44%는 주요 아동 보호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작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며, 자녀를 학교에 보낼 비용이 없다고 답한 가정도 2배로 늘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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