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그리스도인과 신앙 대잇기

성인기 그리스도인과 신앙 대잇기

[ 주간논단 ]

장순애 교수
2022년 06월 21일(화) 09:24
인간 자아의 발달에 대해 심리사회적 전(全)생애 연구를 했던 에릭 에릭슨은 성인의 시기를 '생성감 대 정체(generativity vs. stagnation )'의 시기라고 불렀다. 여기서 생성감이란 일차적으로는 성인이 지독한 자기중심성에 빠져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대신에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그들을 돌보고 양육하는 것, 즉 다음세대를 일으키고 이끄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헌신하는 것을 포함한다. 대가를 바라지않고 자신을 주며, 자신이 생산한 대상과 돌보아 주어야 할 대상을 양육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발달되는 이 생성감을 통해 성인기를 살아가는 인간은 진정한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생성감은 성인기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으로, 이 생성감이 충분히 발달했을 때 축적되는 자아의 힘은 돌봄(Care)이며, 그렇지 못한 성인은 자기침체 혹은 자기정체(Self-Stagnation)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충분한 돌봄의 힘을 지닌 성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많은 경우에 이 돌봄은 가르침의 형태를 지닌다. 그래서 에릭슨은 성인기를 "인간을 학습하는 동물로서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존재로 만드는 진화적 발달을 이루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성인기 그리스도인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성숙한 성인 그리스도인은 자기 자신의 구원과 신앙에만 몰두하는 대신에 다음 세대를 신앙의 세대로 생산하고 돌보고 양육하는 일, 즉 신앙의 다음세대를 일으키고 격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헌신한다. '신앙의 대잇기'야말로 성인기 그리스도인이 자기정체에 빠지지않고 생성감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통로요, 그 구체적인 열매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신앙발달론으로 학문적 여정을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실천신학적 기독교교육학을 이끌어가는 대표학자 중 하나인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인간을 "하나님과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은 소명적 존재"로 정의한다. 그가 사용하는 소명(vocation)이라는 말은 하나님이 협력자로 부르는 부르심에 한 개인의 삶 전체로써 응답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그는 목회자뿐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 즉 어린이도, 은퇴자들도, 자원봉사로 일하는 사람들도 모두 소명을 가진 자라고 본다.

한편 그는 하나님께서는 개인주의적인 고립 상태에서 우리가 소명을 이루도록 부르시지 않으셨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계약적인 관계로 우리를 부르셨다고 본다. 그러면서 생물학적인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축복의 선물 중 하나요, 소명이라고 본다. 따라서 성인기 그리스도인인 부모가 생물학적인 자녀와의 관계에서 삶 전체로 신앙의 대잇기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과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은 소명적 존재'로서의 삶에 진실하고 성실하게 응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앙의 대잇기는 생물학적 자녀들과의 관계를 넘어서도 이루어진다. 성인기 그리스도인들이 현실적 삶의 각 자리, 도처에서 '자신의 삶 전체로써' 모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기독교적 진리와 은혜와 만나고 그 은혜에 응답하도록 돕고 격려하면서 신앙의 대잇기를 위해 노력하는 '하나님과 협력하도록 부름을 받은 소명적 존재'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장순애 교수 / 영남신대 기독교교육학과 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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