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괜찮아요!

[ 목양칼럼 ]

배덕환 목사
2022년 06월 22일(수) 08:10
"괜찮아요!" 요즘 그리 사용하지 않는 단어 중 하나인 것 같다. 사전을 보니 '괜찮아요'는 형용사 '괜찮다'의 활용형이다. 본래 가진 의미는 두 가지인데 '별로 나쁘지 않고 보통 이상이다', '탈이나 문제, 걱정이 되거나 꺼릴 것이 없다'이다. 세 글자로 이루어진 한 단어지만 나의 목회의 길을 열어주고 지난 7년 동안 담임목사로서 누구보다 열심히 사역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인생 단어'다.

담임목사 2년차에 한 장로님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교회 장로님은 아닌데, 우리 권사님이 운영하는 식당에 자주 간다며 연로한 권사님과 남편 집사님을 잘 보살펴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어린이 전도협회 등 기관을 섬기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 장로님은 우리 교회에서 하는 사역들을 너무 잘 알고 계셨다. 그러면서 용인영락교회처럼 귀한 교회가 용인에 있어 너무 감사하다며 교회를 칭찬하고, 권사님을 칭찬하셨다.

그렇게 몇 차례 통화하고 이메일을 나누는 동안 보이지 않는 신뢰의 감정이 쌓였다. 그런데 얼마 뒤에 미국으로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한 번 만자자고 했다. 우리 교회를 위해 약 8000만 원 정도 후원헌금까지 하겠다는 말과 함께. 부임 초기 많은 성도들이 등록하고 우리 교회를 위해 모르는 분이 후원헌금까지 하겠다니 초보 담임목사로서 너무 들떴고, 이 기쁨을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주일예배에서 그 장로님 이야기를 소개했다. 예배가 끝나고 성도들도 함께 기뻐해 주었다.

며칠 뒤에 장로님을 만났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묻기에 평소에 지역사회의 청소년과 청년을 향한 비전을 나누었다. 너무 귀한 일이라며 기뻐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 입금해 드리겠다 했고 미국에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다.

주일이 되었다. 그러나 약속한 후원헌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2주를 기다려도 입금이 안 되어 장로님에게 연락했다. 문자도 이메일로도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거짓이었던 것이다. 난감했다. 온 성도들에게 주일예배에서 이야기했던 터라 나의 의도와 달리 거짓 이야기를 한 꼴이 되어버렸다.

장로님들께 먼저 이 사실을 알렸다. 감사하게 장로님들은 "목사님, 사기당하지 않았으면 됐습니다. 마음 고생 많았습니다"라며 위로해 주셨다. 또 하나의 숙제가 남았다. 주일예배 시간에 성도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했기에 성도들에게도 설명해야 했다. 몇몇 장로님들이 그냥 우리만 알고 가자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일예배 시간에 성도들에게 내용을 전하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예배 후에 많은 성도들이 직접 혹은 전화와 문자로 연락해왔다. "목사님, 괜찮아요. 마음고생 하셨죠. 힘내세요. 저희가 더 헌신 할게요" 등 모두 책망대신 격려해주었다.

담임목사의 큰 실수를 덮어주고 오히려 '괜찮아요'라며 격려해준 장로님과 성도들에게 감사하다. 만약 그때 누군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서로 상처받고 목회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도들은 믿어주었고 격려해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믿어준 성도들을 실망시킬 수 없기에 앞을 보고 달려오는 지난 7년 동안 지치지 않게 만들어준 원동력이 되었다.

'괜찮아요'의 힘을 경험한 나는 실수하는 성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님, 괜찮아요!" 이 말이 누군가에게 다시 일어서고 앞을 내다보며 달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보약 같은 말이 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실적과 성과로 목회자와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서 교회가 먼저 회복해야 사랑의 언어이다. "괜찮아요!"



배덕환 목사 / 용인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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