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당신, 최고의 아내·A학점 사모였어요"

"그리운 당신, 최고의 아내·A학점 사모였어요"

[ 심중일기 ] 김종일 목사(효목중앙교회 은퇴)

김종일 목사
2022년 02월 22일(화) 09:14
나의 당신은 이제 영원히 천국으로 떠났구려
여기 이 지상에서는 다시 볼 수 없어
당신이 누웠던 침대를 바라보고
홀로 누워 보기도 하오

실감이 나지 않는 며칠을 보내고 있구려
나와 함께 한몸 되어 산 시간
어언 몇 개월 모자란 45년
긴긴 세월인 것 같지만
잠깐 지난 것 같아

목회자의 아내로 참 수고가 많았소
맘 여린 여인으로 마음고생이 더 많았지
그래도 보람 있는 헌신의 시간이 많았었오
당신은 나보다 점수를 더 많이 받는 사모였지
성도를 사랑으로 돌보고 중보기도한 최고의 사모였고
남편에게 바르게 조언하고 희생한 최고의 아내요
아이들에게는 사랑과 본이 된 최고의 엄마였소

이제 손을 만질 수도
팔장을 나에게 낄 수도 없는
존재가 되었구려
얼굴을 비빌 수도
입을 맞출 수도 없는 그대가 되었구려

늘 사랑에 목말라 했던 당신
더 많이 아끼고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후회가 되는구려
맛있는 음식도 좋은 옷도 제대로 못 사주고
원하는 무엇을 해줄 수 있는 형편도 못 되었지

목회자는 한계 속에 사는 사명자랄까
항상 교인들에게 먼저 관심이 가고
가족보다 교회가 우선인 삶이지
항상 본이 되어야 하는
특별한 일꾼이요, 주님의 종이지

그 아내는 더 고생이 많은 것 같아
"천국에 가면 나보다 더 큰 상급을 받을거야"
내가 늘 말하곤 했지

당신이 예수님 만난 꿈에서
주님이 "내 종아 수고 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옆에서 "저는 요?" 하고 목을 내미니
"너도 수고했다" 하신
얘기가 떠오르는구려

당신 정말 수고했소
당신은 늘 A학점 사모였소
교우들에게도 늘 존중받았지만
남편이 옆에서 인정하는 점수는
가장 가까이서 본 것이기에
더 정확한 평가일거요

암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동안
나와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
안타까움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오

항암으로 고생하고
먹지 못해 야위어 가는 모습
가끔 토하는 고통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소

목이 얼마나 갈증이 났으면
동해물을 다 마시고 싶다고 한 말
바닷물은 짠 것인데 아~
어떻게 그것을 다 마시고 싶다고 하다니

마지막 일주일동안
용변을 내가 받아낸 것이 오히려
큰 위로와 감사가 되는구려
이렇게라도 더 가까이 곁에 있고
더 사랑하고 직접 간병할 수 있었던 것이
모자랐던 나의 사랑을 몸소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되었소

사랑하는 당신
천국에서 주님 만나 뵙고
"참으로 수고했다"는 칭찬받고
빛나는 관을 받았으리라 믿으오

다시 그곳에서 만날 때
환하게 반가운 얼굴로
기쁨으로 포옹하길 바라오

김종일 목사 / 효목중앙교회 은퇴

* 2022년 1월 23일 주일 오후, 뉴욕에서 아내 김경미(69) 씨를 먼저 천국에 보내고 쓴 추모시 ㅡ 모든 목회자 부인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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