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가 적대감 조장, 전쟁 준비의 도구돼선 안돼

기독교가 적대감 조장, 전쟁 준비의 도구돼선 안돼

한국교회사학회 학술대회에서 평화 위한 교회 사명 강조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1년 12월 17일(금) 11:00
한국교회사학회 제149차 학술대회 모습.
최근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 연구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한국교회사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한국전쟁의 발발과 독일복음주의교회의 재무장 논쟁'을 주제로 발표한 강혁 교수(장신대 강사)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후, 독일복음주의교회(EKD)가 보여줬던 입장을 연구 분석한 후, 한국교회가 감당해야할 역할로 '평화'를 강조했다.

강 교수는 우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분단 독일이 보인 반응을 소개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당시 분단 독일의 분위기는 독일이 전쟁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몇 주 동안 동독과 서독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고 심지어 독일인의 53%가 새로운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을 우려했을 정도였다고 그 이유를 소개했다. 소련이 분단된 독일에서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한 점도 독일의 분위기를 읽는데 한 몫을 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당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아데나워 독일총리는 독일 군대를 재건하고 재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나치에 대항한 고백교회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었던 하이네만 내무장관은 아데나워 총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일 가톨릭의 지지를 받은 아데나워 총리와 개신교를 대표하는 하이네만 내무장관 간의 서로 다른 이견으로 갈등이 재연되고 독일복음주의교회(EKD) 내부에서도 커다란 파장을 불러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당시 독일 개신교 내부에는 '서독의 재무장'이라는 정치적 문제에 대해 두가지 상반된 견해가 있었다고 그는 지적했다. 한쪽은 교회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국가정치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다른 한쪽에선 개신교는 국익이 오판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논쟁에도 적극 기독교적 관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EKD의 다수 회원들이 서독의 재무장을 통한 안보를 지지했지만 EKD의 주요 인사들의 상당수는 아데나워 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헬무트 골비쳐는 기독교인들은 화해의 사람들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으며 라이놀트 폰 타덴-트리글라프도 복음주의교회가 어떠한 경우에도 동구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단절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처럼 그는 EKD 내의 주요 인사들이 평화를 강력이 요구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전쟁으로 촉발한 공포가 전쟁 준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일이 평화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확신했다는 것. 심지어 EKD는 독일의 재무장과 관련한 정치적 문제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강대국에게 계속 호소하는 것이 교회의 의무라고 선언할 정도였다고 언급했다. 1950년 10월 초기에 들어와서 EKD 내부에선 '독일의 재무장' 반대운동이 더욱 강력해졌다.

그는 이처럼 상반된 견해에도 불구하고 EKD는 동·서독 독일인들에게 공통으로 호소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과 공포가 같은 민족 안에서 증오와 적개심으로 나타나서는 안된다는 호소였다. 기독교가 적대감을 조장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선전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명확하게 반대했다는 설명이었다. 둘째는 전쟁을 통해 현재의 곤궁이 해결될 수 있다는 잘못된 망상을 버려야 한다는 호소였다. 전쟁의 승리로 더 나은 미래를 획득할 수 있다는 확신 역시 망상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셋째, EKD는 독일인이 독일인에게, 형제가 형제에게 총을 겨누는 일은 절대 있어서 안된다고 호소했다.

'서독의 재무장'에 대한 EKD 내부의 입장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강 교수는 "교회는 수행해야 할 사명이 있다"면서 "교회는 전쟁이 아닌 그리스도를 통한 평화와 화해를 선포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한국교회사학회(회장:박경수)는 지난 11일 소망교회에서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을 주제로 제150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논문 발표와 함께 소망교회 후원 신진학자 연구논문 공모 시상을 가졌다. 회장 박경수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현장에 도움이 되는 신학, 신학 연구에 자극을 주는 목회현장에 관심을 뒀다"면서 "신학과 목회가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며 격려하는 상생적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술대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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