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귐의 공간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전한다

사귐의 공간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전한다

미와십자가교회 '공간프로젝트'사역 10년, 한국교회와 공유하며 새로운 변화 끌어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2월 13일(월) 07:36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교회의 모습은 아니다. '교회'라기보다 '실내 영상 스튜디오'같은 느낌이랄까.
미와십자가교회(오동섭 목사 시무)는 40여 평 규모의 공간을 3개의 스튜디오로 구분하고 각각의 특성에 맞춰 사용하고 있다.

규모가 가장 큰 '1스튜디오'는 주일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공간, 어쩌면 가장 교회의 모습다운 '본캐(본래의 캐릭터)'에 가깝다. 평소에는 카페, 강연이나 토론, 공연의 장으로 활용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1스튜디오'는 음향과 조명시설은 물론 촬영과 편집, 녹음 등이 가능한 영상 콘텐츠 제작 장비를 완벽하게 구비한 스튜디오로도 눈길을 끈다. '2스튜디오'는 '상담실'이나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개인 유튜버들이 실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청년 크리에이터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장비를 마련하고 대여하기는 쉽지 않다. 교회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스튜디오와 장비를 지원하기 위해 이 공간을 적극 사용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3스튜디오'는 사무실 겸 벽면 한쪽을 서재로 꾸며 기존 스튜디오와는 다른 분위기의 배경으로 촬영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를 지향하는 미와십자가교회는 교계에서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만큼 '공간프로젝트'사역으로 유명하다. '공간프로젝트'는 소비의 공간 속에서 선교적인 관점에서 진실된 만남과 사귐의 공간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복음을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이 전하게 하는 것이다.

교회는 '카페 교회'의 원조격인 '레이첼의 티룸'으로 첫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동네의 '우물가'처럼 비기독교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교회적인 표현 대신 영국 가정집의 컨셉으로 꾸몄다. 누구든지 분주한 삶을 떠나 영국의 일반 가정집에서 편안하게 삶의 여유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회복하고 자신을 발견하는 공간을 추구했다.

주일에는 교회공간으로, 주중에는 카페와 일대일 양육, 목회적 상담과 '손뜨개(크로쉐)'공방으로 운영했다. 반응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티룸에서 대학로 예술인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아이(Space I)'를 열었다. 스페이스 아이는 주일에는 교회로, 주중에는 연극이나 콘서트 전시회 공간으로 활용했다. 이 공간은 지난 8년 동안 가난한 예술공연인들을 위한 연습실로 활용하며 신인 배우들의 인큐베이팅 역할도 수행했다.

교회 창립 10년만에 대학로에서 명동으로 공간을 옮기고 '스튜디오'를 표방한 미와십자가교회의 새로운 시도는 그래서 많이 놀랍지도 않다. 바로 '이 교회'라서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간(空間)'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다. 미와십자가교회는 지난 10년 동안 '공간'을 통해 '어떤 일'을 일어나게 했다.

오동섭 목사는 그 시간들을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선교' '선교적 교회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회' '쉼과 사귐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영성공동체'를 이뤄가기 위해 한국교회에 숨겨졌던 용어들을 끄집어내서 새로운 문법들을 만들어 왔던 시간이라고 했다.

10년 간 교회는 고물상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해 카페와 영화관으로 만들기도 했고, 송도예수소망교회와 협력해 복합문화공간 '셰익스피어 하우스'를 만들고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하게 했다. 오 목사는 "지난 10년을 내부적으로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하면 앞으로의 10년은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단계"라면서 "교회가 문화적인 사귐의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실제로 '공간프로젝트'를 '공간컨설팅'으로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교회의 공간도 빈 시간이 늘었다. 교회가 빈 공간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싶어도 선뜻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 오 목사가 구원투수가 된다. 실제로 청파동교회가 목회 사역을 위해 임대한 공간이 코로나19로 유휴되면서 고민할 때 오 목사는 '청파스튜디오'를 설치를 제안했다. 청파스튜디오는 지역 주민들의 소통창구로 활용되며, 지역사회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영등포 시온성교회의 교육관은 지역의 1인 청년 가구들을 위해 유튜브 북카페로 전환하고, 청년들에게 공간을 내어줄 계획이다. 이촌동교회와 청주상당교회도 새로운 변화 속에서 새로운 공간 활용법을 시도 중에 있다.

미와십자가교회는 또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하고 '도심속 캠핑'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캠핑'을 컨셉으로 청년들에게 '놀거리'를 제공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메시지를 담아낼 것이다. 문화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청년들을 만나고 복음을 전하겠다는 취지다. 오 목사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시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한국교회와 공유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끌어모으는' 게릴라전에만 치중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창의적인 콘텐츠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교회가 문화적 선교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튜디오 교회도 그 일환이다. "온라인 시대에 사귐의 공간을 스튜디오 개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오 목사는 기존의 사역들에 온라인 콘텐츠 사역을 추가했다.

'우물가 상담'사역을 확대해 '생명의전화' 온라인 버전인 '리슨 엘센터'를 만들었다. 리슨 엘센터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는 의미다. 대면을 꺼리는 젊은 세대들의 특성을 반영해 온라인을 활용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대면상담도 진행한다. '리슨 엘센터'는 서울시에서도 관심을 갖는 프로젝트로 오 목사는 "이 모든 사역들을 '우리교회가'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가 공간을 통해 시도해 볼 수 있게 '샘플러'를 만드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세상의 '소비적 공간'을 이용하는 데도 제약을 받는 이웃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교회가 재정을 들여 그들에게 '숨 쉴 공간'을 내어줄 때 '간접화법'으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전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도시건축가 유현준 씨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가장 많은 삶을 빚는 공간"이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빌려보면 교회가 이웃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그 곳에 사람들이 머물며 삶을 빚어갈 때 비로소 세상은 복음으로 채색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미와십자가교회'가 증명해내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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