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 넘어, K선교의 시대가 오게 하자

K팝과 K드라마 넘어, K선교의 시대가 오게 하자

최인규 선교사
2021년 11월 19일(금) 22:25
2014년 선교사로 첫 발걸음을 디뎠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초기에 정착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중에 한 가지는 우리 가족이 '한국인'임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도 현대자동차나 삼성 스마트폰이 판매 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중국과 일본만 조금 알 뿐이었고, 한국을 설명해도 중국의 일부지방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한국'을 잘 몰랐기 때문에, 지역목회자 모임에 가도, 한국인들은 당연히 대부분 '불교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우리가족이 기독교인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야 했고, 막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큰 아이는 '중국인'이 아닌 것을 날마다 설명해야 했다.

그로부터 겨우 7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 전세계 많은곳에서 '한국'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는 아주 많이 달라 졌다. 새로운 선교지인 모리셔스에서 현지인들중에 10대 여학생들은 우리 가족에게 먼저 다가와서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자신들이 지난 몇 년동안 본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지역 목회자 모임에 가면, 현지 목사님들이 다가와서 자신이 타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튼튼하고, '삼성 핸드폰'이 얼마나 효율적인 기계인지에 대해서 감탄을 한다. 이런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에 대한 변화는 '선교사'로서 현지에서 사역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선교사는 현지에서 언제나 현지인들과의 접촉점에 대해서 고민한다. 외국인이어서 피부색도,문화도 다르고, 여전히 언어적 한계가 있는 입장에서 현지인들과 어떻게 하면 더 가까워지고 친구가 되며, 복음을 전하는 좋은 도구가 있을까 하고 날마다 고민하던차에, 그래서 근래에 다가온 '한국문화열풍'은 선교사에게 큰 기쁨이고 감사거리이다.

그런데 이런 선교지에서 달라진 '한국'에 대한 소식을 한국에 있는 분들께 말씀 드리면, 되려 어두운 전망을 듣는다. 주로 한국은 인구구조상 점점 인구가 줄어들 것이고 경제성장 전망이 어둡고,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추어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인데, 이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를 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나는 해외에 살고 사역하는 선교사이기 때문에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분석하거나 비평하는 자리에 있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더 4장 14절의 말씀처럼, 오늘날 한국 문화와 제품들이 전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하나님이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을 사용하셔서 세계 선교의 선봉장으로 사용하려 하는 '자리'라는 것을 믿는다.

우리 한국교회는 다시 일어나, K문화를 넘어서 K선교의 시기가 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어떤 자리에서 할 수 있을까?

첫째, 한국교회는 오랜 '전도'의 노하우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종교 사회'이다. 내가 살고 있는 모리셔스만 보아도 힌두교, 이슬람교, 가톨릭(천주교)가 공존해 있는데, 종교간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서 가능한 한 포교활동을 하지 않는다. 다른 종교인에게 내가 믿고 있는 믿음과 신앙을 전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 종교에게 공격적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종교간의 공존과 평화를 잘 유지하고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만을 이 세상에 오신 유일한 구세주요,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어딘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런데 몇 백년 동안 갈등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아서 타종교인에게 복음을 전해보지 않은 모리셔스 장로교인들도 근래에는 '전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관심에서 그친다. 정작 전도하려고 해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전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120년전 복음을 받아들이고 바로 적극적인 전도의 자리에 서서 귀한 전도의 전통과 열정이 있다. 이 노하우와 정신을 세계교회와 나누어야 한다.

둘째, 한국교회는 귀한 '기도'의 전통이 있다. 필자가 사역하는 모리셔스를 비롯한 많은 선교지의 교회들이 공예배로 주일예배 한번만 드린다. 한국보다 주중의 삶이 바빠서 다른 모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막상 교회에 주중에 와도 무얼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가끔 나라의 큰일이나 재난상황이 생기면 특별기도모임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일회성 행사로 그친다. 이곳 지역 목회자 모임에 가면, 가끔 한국에 다녀온 목사님들을 만날 수 있는데,그분들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새벽기도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매일 아침을 기도와 말씀으로 시작하는 한국교회의 전통은 한국에서는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되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당연하지 않다. 우리 한국교회는 현대사의 많은 어려운 순간을 새벽기도로 극복해 왔다. 이제 이 기도의 전통과 열정을 세계교회와 나누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탁월한 '교회학교'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는 학령인구가 줄어서, 많은 교회들의 교회학교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많은 선교지의 교회의 경우, 교회학교 자체가 없다. 우리 가족이 남아공에 살 때에는 초기에 정착을 위해서 집에서 가까운 큰 교회로 아이들을 교회학교에 보내었는데, 집에 와서 오늘 교회에서 무엇 했느냐고 물어보면 성경그림 색칠공부를 하였다 라고만 답변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신학교에는 기독교교육과가 따로 있어서, 교회학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신앙을 가지고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연구하고 훈련 받는다. 그런데 선교지에서는 그런 것이 당연하지 않다. 많은 선교지의 교회들이 교회 규모와 역사를 막론하고, 교회학교에서 여전히 색칠공부만 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다.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학교'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만을 위한 예배, 설교, 공과공부 등 많은 자원들을 가지고 있다. 이제 이런 자원과 역량을 세계교회와 나누어야 한다. 세상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 나라 모리셔스의 청년들이 우리 가정이 한국사람인 것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와 "'오징어게임'을 보았는데 한국사람 대단하다"라고 칭찬한다. 우리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에서도 '불닭볶음면'을 팔고 있다. 한국사람 모두가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지난 30년 간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하였고, 문화적으로도 월등한 콘텐츠를 생산해서 전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국교회에게 에스더 4장 14절에 나오는 '왕후의 자리'이다. 우리의 노력과 능력으로 이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 한국교회를 다시금 불쌍하게 여기시어, K문화를 넘어선 'K선교'의 시대를 오게 하시려고 하는 것임을 믿는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하심에 감사하며 우리가 받은 사명의 길에 앞장서길 원한다.

최인규 목사 / 총회 파송 모리셔스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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