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꿀은 '타마르'였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꿀은 '타마르'였다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27. 종려나무<하>

이강근 목사
2021년 08월 17일(화) 08:25
수확철이 되면 주렁주렁 걸어놓고 판매한다. 건조시키면서 먹는다.
2)막 수확한 종려열매들.
종려나무에서 막 따낸 종려열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 가나안.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광야생활 내내 꿈꿔온 가나안 땅의 이미지다. 이 땅의 무엇을 보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했을까? 랍비들이나 성서학자들도 시원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성경에는 꿀이 많이 언급된다. 그러나 가나안 땅은 꿀이 흘러내릴 만큼 차고 넘치지 않는다. 성경에 언급된 꿀은 진짜 벌들이 모아 놓은 자연산도 있었지만 벌들에게서 채취한 양봉의 흔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벧샨 인근 텔르호브에서 다윗시대의 벌꿀 통이 하나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흔하지 않았고 특히 출애굽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꿀의 흔적은 더더욱 없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관련해서 가나안 입성을 앞둔 모세는 가나안 땅의 7대 소산물을 소개하며 꿀을 언급한다. "밀과 보리의 소산지요 포도와 무화과와 석류와 감람나무와 꿀의 소산지라"(신8:8).

성지의 7대 식물로서 소개된 신명기서에서 꿀은 식물로서 자라는 꿀이라는 힌트를 얻게된다. 그러면 그 꿀을 내는 식물은 무엇일까?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이 소개하는 가나안 땅의 7대 소산물에 종려나무를 포함한다. 종려나무를 꿀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종려나무 꿀을 만들어 봤다. 집에서 종려열매를 냄비에 넣고 적당량의 물을 넣고 한참을 끓였다. 푹 삶아 걸죽하게 한 후 채로 걸러내고 다시 더 끓여 졸이니 걸죽한 타마르(종려열매) 시럽이 되었다. 맛을 보니 정말 꿀이다. 이것이 바로 구약의 꿀이요 가나안 땅의 7대 소산물인 종려나무 꿀이다. 당도가 얼마나 높은지 열매든 시럽이든 몇 년을 놓고 먹어도 상하지 않는다.

종려열매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강도 높은 당분을 가진 식물의 열매다. 주산지가 바로 비옥한 초승달지역인 메소포타미아에서부터 가나안 땅을 지나 애굽의 나일강까지의 사막의 땅이다. 메마른 기후에 물이 풍부해야 자라는 특성상 오아시스의 나무다. 20미터의 높이로 자라는 종려나무는 멀리서 발견되면 반드시 그 뿌리를 내린 곳에 물이 있다는 증거다. 얼마나 반가운 나무인가.

광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초콜릿보다 더 좋은 것이 바로 종려나무열매다. 당분이 강하고 열량이 높은데다 장기간의 보관에도 곰팡이가 나거나 썩지 않아 중동지역의 주요 식량이 된다. 어거스틴도 피곤할 적마다 종려열매를 간식으로 먹었고, 이슬람의 마호메트도 종려열매를 즐겨먹었다 한다. 장거리의 사막을 행군하는 군대의 병사들이나 여행자들은 종려열매를 식량으로 삼았다. 하루 몇 알만 있어도 충분한 에너지원이다. 특히 무슬림들의 종교적인 금식월인 라마단에는 매일 금식을 풀며 마시는 음료요 금식으로 부족한 영양을 보충해주는 필수 식품이었다.

중동 땅의 광야 깊숙한 곳에라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있는 거주지와 동굴에서는 반드시 인류가 먹고 버린 종려나무 씨앗이 발견된다. 사해에 맞닿은 유대광야 절벽 나할 미쉬마르 동굴에서 5500년 전의 종려열매 씨앗이 발견되었다. 조금 더 남쪽 마사다에서도 2천년전의 종려열매 씨앗이 발견되었다. 이미 화석이 되어버린 종려열매 씨앗을 감안하면 중동 땅의 종려나무의 역사는 5천만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력도 강하다. 마사다에서 발견된 종려열매 씨앗은 실제 발아에 성공해 네게브의 크투라라는 키브츠에서 잘 자라고 있다.

종려나무를 히브리어로 '타마르'라고 한다. 사람이나 지명으로 쓰인 '타마르'의 한글명은 '다말'이다. 유다의 며느리가 다말이었고(창38장), 다윗의 딸이 다말이었고(삼하13장), 압살롬의 딸도 다말이다(삼하14:27). 달콤함이 연상되기에 여성의 이름에 쓰였는데 성경은 외모도 아름답다 한다. 하필이면 성경에 언급된 세 명의 다말이 모두 다윗 가문의 여인들이다. 지명으로 쓰인 예도 있는데 모두 광야의 오아시스가로 실제 타마르(다말) 종려나무가 재배되어 붙여진 이름일 듯 싶다.

비잔틴시대 때의 유대광야에는 수많은 수도원이 있었다. 고고학적인 조사를 통해 드러난 옛 수도원들의 규모를 바탕으로 그 수를 보니 대략 2만 8000여 명의 수도사들이 유대광야에 거주했었다고 한다. 가히 비잔틴시대 천년의 영성을 유지했던 그 힘은 유대광야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 수도원 터에서 발견된 수많은 종려나무 씨앗들을 보니 수도사들의 주식이 메마른 빵에 바로 종려열매였다. 광야에 들어간 수도사들을 지탱해 준 최고의 식량이었다. 성경시대의 꿀은 구약과 신약의 시대를 지나 광야의 영성 속 기독교를 지켜준 수도사들의 꿀 양식이 되었다.

2000년 전 주님이 예루살렘을 입성할 때 '호산나 호산나' 외치며 군중들이 흔들었던 것도 바로 이 꿀을 내는 종려나무가지였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유대인들은 왜 종려나무에 열광하는가     이강근 목사 26. 종려나무<상>    |  2021.08.1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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