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왜 종려나무에 열광하는가

유대인들은 왜 종려나무에 열광하는가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26. 종려나무<상>

이강근 목사
2021년 08월 10일(화) 08:46
유대인들이 2000년 간 세계를 유랑하는 동안 가나안 땅에는 유대인들만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성경의 식물들도 함께 사라졌다. 가나안 땅을 지배했던 제국의 소홀함으로 땅이 황폐화 된 것이다. 사라진 성경의 식물들 중에 종려나무가 있었다. 종려의 성읍이라 불렸던 여리고 조차도 종려나무는 씨가 말랐다. 1948년 독립을 일구어 낸 이스라엘은 바로 사라진 종려나무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동 땅에서 가장 품종이 좋은 종려나무는 역시 바벨론의 땅 메소포타미아 산이다.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두 강줄기가 만들어 낸 거대한 오아시스의 땅에서 자라는 메소포타미아의 종려나무.

이스라엘과 국교관계가 없던 메소포타미아의 이라크에서 어떻게 종려나무를 가져 올 것인가. 이스라엘 모사드가 움직였다. 사업가로 위장한 요원들이 이란을 통해 이라크로 들어가 품종 좋은 종려나무 묘목 7만 5000 그루를 확보했다. 종려나무 묘목은 프랑스로 가는 선박에 실렸다. 지중해를 지날 무렵 해적이 선박에 올랐다. 한바탕 소란이 후 유독 종려나무 묘목만 사라졌다. 얼마 후 사라진 묘목들은 하이파 항구에 내려졌다. 묘목은 갈릴리에 심겨졌고 이후 요단 골짜기를 따라 홍해까지 번식해 나갔다. 1950년 대에 최고의 종려나무가 다시 가나안 땅에 자라게 된 것이다. 성지순례 하며 이집트 시내산에서 타바국경을 통해 이스라엘에 들어서면 아라바광야에서부터 여리고에 이르는 수백 킬로를 따라 젖과 꿀이 흐르는 종려나무재배단지를 보게 된다.

유대인들이 이렇게 종려나무에 열광하는 것은 바로 종려나무야 말로 유대민족의 번영과 영광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타난 과거의 종려나무의 상징성도 있지만 유대인들에게는 미래의 하나님의 영화를 상징하기에 종려나무에 대한 애착이 크다. 에스겔서 40~43장은 미래에 세워질 성전의 모든 방과 문 벽 위에 종려나무가 새겨질 것이라 기록되어 있다. "또 그리고 올라가는 일곱 층계가 있고 그 안에 현관이 있으며 또 이쪽 저쪽 문 벽 위에 종려나무를 새겼으며"(겔40:26).

성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건물의 6개 출입문에는 문 벽과 현관 문 벽마다 종려나무가 새겨졌고, 성전의 중심인 지성소와 성소도 온통 종려나무 문양으로 장식되었다. 오직 종려나무 만이 세워질 성전에 가득하다. 건국 직후 이스라엘 곳곳에 세워진 키브츠와 모샤브에는 반드시 종려나무가 심겨져 있다. 종려나무는 멀리서 저 마을이 유대인마을인지 아랍인마을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종려나무의 상징성은 이미 2000년 전에도 여전했다. 유대인 열심당원은 로마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독립을 쟁취한 후 발행한 동전에 바로 종려나무 한 그루를 그려넣었다. 종려나무 자체가 유대민족을 상징화했다. 그래서인지 로마황제 베스파시안은 이어진 유대인 반란을 진압하고 유대 땅을 정복한 기념으로 로마의 동전에 종려나무를 그려 넣었다. 칼을 치켜든 로마병사의 옆에 종려나무가, 그 아래 유대인여성이 앉아 있다. 종려나무의 상징은 현대에도 여전하다. 현재 이스라엘의 10세겔 동전에 종려나무가 새겨져 있다. 종려나무는 그 오랜 역사는 물론 현대에 자라는 가장 대표적인 유대인들의 성경 식물이다.

출애굽 광야 40년만에 가나안 땅에 들어온 직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은 집은 초막일 것이다. 간단히 세운 초막의 벽과 지붕은 종려나무 가지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광야생활을 기억하며 초막절에 종려나무가지로 초막을 만들어 거한다. 여리고 가까운 곳에 성경의 성읍 스가가가 있다. "광야에는 벧아라바와 밋딘과 스가가와"(수15:61). 종려나무 가지를 히브리어로 '스가가'라 부른다. 아마도 가나안 입성 직후 스가가(종려나무가지)로 만든 마을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스가가의 옛 성읍은 지금의 쿰란으로 추정한다.

유대인들을 종려나무에 빗대는 것은 바로 종려나무의 강한 생명력에 있다. 줄기를 베고 남은 그루터기를 불로 태워도 다시 싹이 나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시편기자는 말한다.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발육하리로다"(시92:12)

매년 유대인들은 초막절에 지을 초막을 위해 엄청난 양의 종려나무 가지를 필요로 한다. 초막은 물론 거리의 식당과 카페 그리고 어디든 종려나무 가지 하나라도 걸쳐놓는다. 그러니 부족한 엄청난 종려나무 가지를 충당하기 위해 이집트 니짠나 국경을 통해 애굽산 종려나무 가지가 이스라엘로 밀려들어온다. 고대나 지금이나 종려나무는 과히 유대민족의 식물이다.

영상보기 : https://youtu.be/oEm8scD2vz0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꿀은 '타마르'였다     이강근 목사 27. 종려나무<하>    |  2021.08.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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