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건 꼭 찍어야 해요'

'하나님 이건 꼭 찍어야 해요'

[ 포토에세이 ] 시티솔레(City Soleil) : 어둠 속의 작은 빛

홍우림 작가
2021년 07월 28일(수) 10:00
선교사님과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며 촬영을 할 때 꼭 들렸던 곳이 있다. 바로 고아원이다. 시티솔레에는 다양한 이유에서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놀고 정을 쌓아 가면서도 늘 마음 한 편에서는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게 부족하여 마음이 어려웠다. 그러던 중 고아원 촬영을 마치고 있을 무렵 고아원 원장님이 내게 손짓을 했다. 그는 카메라를 가진 내게 꼭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며 나를 어디론가 깊숙한 곳으로 끌고 갔다. 우리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나는 조심히 문을 열었다.

순간 고요하고 어두운 방안에 한 줄기 빛이 창가에서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 안에는 몇 몇의 아이들이 있었다. 희미한 빛에 의존하여 열심히 칠판에 써 있는 무언가를 읽고 있는 한 명의 소년.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하나님 이건 꼭 찍어야 해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기도가 나왔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모습을 꼭 찍고 싶었다. 아니 보여주고 싶었다. 이거다! 내가 그토록 찾던 한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에 의지해서 공부를 하는 아이. 바로 이 땅의 내일을 맞이할 주인공이다. 어려운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서둘러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운명의 장난인지 카메라가 꺼졌다.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손이 떨리고 '하나님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배터리를 꺼내 손에 꼭 쥐고 다시 카메라를 켰을 때 기적으로 전원이 들어왔고 혼신을 다해 한 장의 사진을 남기고 카메라는 완전히 꺼졌다. 그리고 담겨진 바로 이 한 장의 사진. 사진이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과연 이 사진으로 나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할 수 있을까? 나는 확인 하고 싶어 이 사진을 세계사진공모전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 날 한통의 메일을 받게 되었고 거기엔 한 문장이 써 있었다.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s, Editorial photographer of the year(IPA 국제사진공모전 올해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카네기 홀에 사진이 올라가고 어두움 속 한 줄기 빛에 의지하여 공부하는 이 소년의 뒷모습에 세계가 주목했다. 작은 기적은 그렇게 이제 막 시작되었다.



홍우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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