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알리는 과일 '무화과'

여름을 알리는 과일 '무화과'

[ 성지의식물 ] 이강근 목사 25. 무화과나무

이강근 목사
2021년 07월 20일(화) 11:05
여름철에만 먹을 수 있는 제철 무화과 열매. 예루살렘 마하네예후다 재래시장.
건조한 무화과 뭉치. 여행길에 요긴한 식량이 된다.

여름철 성지의 모든 시장에는 먹음직하고 탐스런 무화과가 즐비하다. 여름은 무화과의 계절이다. 여름마다 예루살렘 성지연구소에 오신 목사님들이 우리집을 방문하면 계곡 앞 무화과나무로 가서 맛있는 무화과를 따먹는다. 여름 내내 무덥고 메마를수록 무화과의 맛은 더욱 빛난다. 무화과는 나무에서 따내면 이삼일이면 벌써 물러지기에 싱싱한 무화과를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성지의 축복이다.

성지의 시장마다 싱싱한 무화과는 진열해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금세 동이 난다. 그래서 대부분 건조시켜 무화과 뭉치로 만든다. 성지의 예루살렘 세겜 헤브론 베들레헴 등의 재래시장이면 어디서나 무화과 뭉치가 눈에 띈다. 무화과 뭉치 하나 손에 들면 부러울 것이 없는 식량이다. 특히 여행길에 메마른 빵에 무화과를 떼어 오물오물 씹어먹으면 성지의 최고의 도시락이다.

무화과는 신기한 식물이다. 꽃이 없어 붙여진 이름이 무화과지만 정작 꽃은 열매 안으로 맺혀 맛있게 먹는 알맹이가 꽃이다. 선악과가 어떤 식물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직후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가린 것이 무화과 잎이다.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창3:7). 그래서 랍비들은 선악과가 무화과 일수도 있다고 한다. 세기를 통해 화폭에 그려진 그림에 남녀의 부끄러운 부위를 가리는 것은 역시 무화과 잎이다.

무화과는 과일이기도 하지만 치료약재이기도 하다. 히스기야 왕이 병에 걸렸을 때 종처에 무화과 반죽을 놓으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왕하20:7, 사38:21). 다윗은 아멜렉을 쫓던 중 3일간이나 먹지 못해 기진한 애굽 사람 하나에게 무화과 뭉치에서 뗀 덩이를 주어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삼상30:12). 무화과는 우리 몸에 피를 맑게 하는 정화작용으로 유명하다. 이로 인해 고혈압 환자들은 혈압을 정상으로 되돌려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단백질 분해 효소인 피신은 소화촉진과 위장보호를 하고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은 피부를 좋게하고 노화를 지연시킨다.

무화과의 신비로운 수정과정을 알면 감탄이 나온다. 1.5mm 크기의 미세한 무화과 좀벌레라는 암컷 말벌은 알을 낳기 위해 숫무화과 나무의 열매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면서 날개와 더듬이가 부러져 다시 나갈 수 없어 알을 낳고는 죽는다. 무화과 안에서 부화한 애벌레들 중 수컷은 날개가 생기기 전 암컷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는 죽는다. 무화과 안에서 죽은 말벌들의 몸은 분해되어 우리가 먹는 무화과 열매가 된다.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고 나온 암컷 말벌은 48시간 내에 다시 숫무화과 안으로 들어감으로써 무화과 벌의 인생주기로 돌아간다.

생태학자들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무화과가 멸종하면 줄줄이 자연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화과 안에서 알을 낳고 죽은 무화과 암컷 말벌이나, 암컷의 탈출을 위해 길을 열어주고 죽은 수컷 말벌의 희생으로 무화가 열매가 탄생되는 것이다. 예수님을 희생을 기억하게 하는 기가막힌 과일이다. 물론 현대에는 이렇게 복잡한 야생의 수정방법 대신 보다 쉬운 가지치기 방법으로 우리가 먹는 무화과를 수정한다.

예수님께서는 유독 무화과를 많이 언급하신다. 무성한 무화과에서 열매를 기대하셨다가 열매 없는 무화과를 저주하신다. "길가에서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그리로 가사 잎사귀밖에 아무 것도 얻지 못하시고 나무에게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네게 열매가 맺지 못하리라 하시니 무화과나무가 곧 마른지라."(마21:19).

시대를 일깨우는데도 무화과를 언급하신다.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배우라 그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 아나니"(막13:28)

우리는 성지에서 맛있는 무화과 하나를 손에 들면서도 시대를 일깨우는 예수님의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든다.

예루살렘성 다메섹문 앞의 무화과나무.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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