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근 목사

2021년 07월 13일(화) 08:09

연구실에서 자라는 4천년 전 가나안산 토종포도 묘목.

4000년 전의 가나안 산 토종 포도를 되살려냈다는 소식이 CNN뉴스를 탔다. 무엇보다도 "다윗이 마시고 예수님이 마셨다는 그 포도주"라는 멘트에 관심이 확 쏠렸다. 도대체 지금 성지에서 생산하는 포도주는 과거의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가? 같은 땅인데 성경시대의 것과 왜 다른 것인가? 성경의 포도를 어떻게 되살려냈다는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그 현장으로 가봤다. 장소는 세겜 인근 아리엘대학(Ariel University). 포도재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소다. 담당교수 쉬비 드로리 박사와 포도밭 현장에서 이샤이 네쩨르 박사 연구팀을 만났다.

# 왜 이땅에서 성경의 토종포도가 사라졌는가?

7세기 이후 이 땅에는 무슬림들의 제국이 세워졌다. 1900년대 초까지 거의 천수백년 동안 이 땅을 지배를 했다. 무슬림들은 알코올 즉 포도주를 금한다. 금주문화로 포도재배는 시들해져 갔고 결국 토종포도는 사라졌다. 근대에 들어와 포도재배가 재개되었지만 이 땅의 것이 아닌 유럽 등지에서 들여온 품종이다. 지역마다 자생포도가 있듯이 이 땅에도 자생이 있다. 예를 들어 극히 건조하고 물이 부족한 땅에서 자라난 토종이 있는 것이다. 아마도 성경시대 즉 다윗이나 예수님이 마셨던 포도주는 지금의 것과 다른 것이다.

# 4천년 전의 포도를 어떻게 되찾았는가?

우선 이스라엘 전역의 고고학 발굴에서 포도주 틀과 함께 포도씨가 발견되었다. 고고학 연구의 발달로 포도씨를 3D스캔하고 DNA분석을 통해 성경 속 포도의 특성을 찾아냈다. 그리고 가나안 땅의 구석구석에서 야생포도를 채집했다. 수년간 거의 600여 종의 야생포도 표본을 찾아냈다. 그 중에는 3000년 전 다윗 도시에서 발견한 것도 있고, 2000년 전 헤롯왕의 헤로디움에서 발견한 것도 있다. 그리고 성경시대의 포도와 현재 분포된 가나안산 야생포도를 비교분석했다. 그리고 가장 성경시대의 특성과 같으면서 재배가 가능한 80여 종을 추려 재배에 성공했다. 연구시작 10년 만에 4000년 전의 가나안 산 포도주를 손에 넣었다.

# 가나안 산 토종포도와 유럽산은 무엇이 다른가?

가나안 땅의 포도재배는 다른 땅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환경이다. 건기와 우기가 분명하고 메마르고 건조한 땅에서의 토종포도는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한번 자라면 굵게 나무처럼 되고 빗물 대신 아침과 저녁 내리는 이슬을 머금고 자란다. 그래서 높은 산지에서 재배된다. 가나안 산은 기후 스트레스로 포도 맛이 달고 강하다.

마침내 생산된 4천년 전 가나안 토종포도주. 다윗도 예수님도 마셨을 포도주는 이것이라며 기뻐하는 쉬비 드로리 박사.

토종포도 재배 과정을 설명해주는 이샤이 네쩨르 박사.

# 이스라엘의 농업 하이테크가 만들어낸 쾌거

길보아산의 아리엘대학 포도연구단지에서 연구팀들이 매주 포도나무를 분석하는 과정은 마치 사람의 종합검진과 같다. 포도가 심겨진 토양의 수분 농도,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수분의 흐름, 낮과 밤의 줄기의 굵기 변화, 잎의 수분섭취 분량, 포도알의 굵어가는 크기 체크, 당도의 변화 등 꼼꼼하게 체크하고 분석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토종 야생포도의 재배 가능한 포도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에서 농업은 과학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 가나안 땅 되살아나는 성경의 식물들, 2천 년 전의 종려나무도 이미 찾아내

이 땅을 떠났던 유대인들은 몸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멸종되거나 사라졌던 성경의 동식물도 되살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2000년 전 마사다에서 발견된 종려나무 열매 씨앗을 발아에 성공했다. 키부츠 크투라(Ktura)에서 현재 7년 째 잘 자라고 있어 곧 예수님 시대 때의 종려열매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에게는 뜻 있는 후원자가 있고 고고학과 하이테크가 있고 열정적인 학자들이 있기에 하나님이 역사하셨던 성경의 땅을 더욱 빛낼 것이다.


이강근 목사 /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