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교회 '마지막' 설립 감사예배

연탄교회 '마지막' 설립 감사예배

연탄은행, 철거 앞둔 백사마을에서 설립 6주년 맞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07월 02일(금) 14:43
"하나님 우리교회는 불암산 끝의 자그마한 교회입니다… 아휴"

"그냥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하시면 되유~"

"에… 우리 교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봉사하는 분들께 아버지 하나님의 큰 뜻이 임하길 기도합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연탄교회(대표:허기복) 최영무 할아버지는 어제 밤새 준비한 대표기도를 어렵지만 조심스럽게 이어나갔다.

"우리 목사님 만수무강하게 해주시고… 모두 평화롭게 지낼 수 있게 해주시고…"



지난 1일 백사마을 부근의 한 공터에 최영무 할아버지와 30여 명의 연탄교회 성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연탄교회 설립 6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연탄교회는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2015년부터 저소득취약계층의 어르신들을 섬기며 복음을 전했다. 그러나 2009년 백사마을이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12년 만에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게 되면서 연탄교회는 백사마을에서의 마지막 '설립감사예배'를 드리게 됐다.

이 때문인지 올해 처음 내려진 폭염주의보로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였지만 "교회가는 길은 언제나 은혜롭고 행복했다"는 어르신들은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화기애애한 웃음이 오갔다.

허기복 목사는 "건강하고 즐겁고 감사하게 잘 살다가 50년 후에 다시 이자리에서 만나자"면서 "이 예배는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고 어르신들을 독려했다. 안금옥 할머니는 "달동네에 연탄교회가 세워져서 정이 넘쳤다"면서 "예배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고 행복했다. 선생님들과 종이 접기도 하고 성경공부하면서 밥도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 웃었던 시간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가난하지만 타자를 위한 교회'를 지향하는 연탄교회는 지난 6년 동안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이웃 섬김을 실천했다. 이날도 어르신들이 조금씩 모아온 헌금 100만원을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사회복지단체 '늘편한 집'에 전달했다.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 대부분 80세 이상의 고령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예배를 제대로 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르신들은 조금씩 모아온 헌금을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뿐아니라 연탄교회는 지난 2016년부터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잔치'를 시작으로 2017년 푸르메재단 어린이 재활병원 건립을 위한 '천 원의 기적', 키르기스스탄의 예배당 건축 헌금 등 이웃돕기 사역을 꾸준히 이어갔다

한편 이날 연탄교회는 지난 6년 동안 동거동락한 어르신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감사장과 함께 상품권, 삼계탕 밀키트 등의 먹거리와 다양한 후원품을 전달하며 어르신을 응원했다.

허기복 목사는 "백사마을 철거를 앞두고 (영세)어르신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노후된 주택에서 살게 되는데 우리가 시설물을 교체하고 보수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또 "연탄교회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지더라도 서울 삼청동 사무실에 모여 함께 예배드리고 끝까지 보살필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원주에 스마트종합복지관 교회를 건립하고 온·오프라인으로 백사마을의 주민들과 성도들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연탄교회는 지난 2015년 7월 1일 기독교실천윤리운동본부로부터 '밥상공동체 좋은교회'로 수상한 부상금 300만 원으로 설립됐으며, 지난 6년간 172회 진행된 수요예배에 4716명이 참여했고 152회 진행된 금요성경공부 시간에 3309명이 참여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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