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상에서도 외톨이가 될 수 있다

온라인 상에서도 외톨이가 될 수 있다

[ 뉴미디어이렇게 ]

이종록 교수
2021년 06월 02일(수) 11:24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면 온라인 상에서도 점차 대화의 기회를 잃게 된다.
인간만 그런 건 아니고, 다른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도 사회적인 존재들이어서, 군집군거하고 상호소통 하는데, 요즘 우리 인간들은 유난히 거기에 목을 매는 것 같다. 그 만큼 그런 욕구가 강하다는 것인데, 하루에 상당한 시간을 사회적 관계 형성과 유지에 소비해서, 이제는 좀 지나치다 싶다.

'SNS(social network system)'를 한글자판으로 치면, '눈'이다. 필자는 그래서 SNS를 '무엇이든 잘 보고 판단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필자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세월이 꽤 흘렀지만 기억나는 분이 있다.

그분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시인인데, 나이 들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생계 유지가 어려워 홀로 저렴한 숙소를 전전하며 궁핍하게 사신 듯했다. 페북 활동에 아주 열심이었는데, 페북에 글도 자주 올리고 사진도 올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글과 사진에도 댓글을 열심히 달았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있어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고 험한 말이 오가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온라인 상에서 '피해야 할 사용자'란 불명예를 얻게 됐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더 자주 글과 사진을 올리고 댓글도 달아서, 여러 지인들이 안타까워 했다.

필자가 쓴 글과 사진에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었고, 예전에 쓴 시들도 알려주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페친으로 지냈는데, 어느 날 그 시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니었는데, 곤궁한 형편에 극도로 쇠약해져서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홀로 세상을 떠난 모양이었다.

참 마음이 아팠다. 그분은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시 쓰는 게 모든 것이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고, 그러면서 거친 세상살이에서 밀려나, 홀로 외딴 섬에서 사람들 그리워하다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더 멀어지는 고독을 경험하며 잠든 것이다.

이종록 교수 / 한일장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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