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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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양칼럼 ]

김후식 목사
2021년 01월 08일(금) 08:41
설교를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나누는 인사가 있다. '은혜 받읍시다!' 그런데 받은 은혜는 어떻게 점검할 수 있을까? 오래전, 부사역자로 섬겼던 교회 사무실 한 벽에는 커다란 화이트보드 알림판이 걸려 있었다. 거기에는 일 년, 열두 달, 52주간의 예배 출석통계를 기록할 수 있도록 표가 그려져 있었고, 부사역자들은 각 부 예배 때마다 '또각또각 계수기'로 센 다음, 즉시 출석수를 기록해야 했다.

받은 은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성도들은 몰라도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의 은혜지수는 금방 알 수 있다. 그 현황판의 숫자가 바로 잣대였다. 큰 숫자가 기록될수록 그 주일의 은혜는 더욱 커진다. 그렇다. 그 판은 분명 '출석현황판'이었지만, '목회평가판'이었고 '은혜평가판'이었다. 그래서 부사역자들은 종종 능력(?)을 발휘하여 '은혜를 배가' 시키는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요즘 장로님들은 무엇으로 목회를 평가할까? 우리 교회는 지역특성상 청년목회를 강조하고 있고, 전체 교인 수에 비해 청년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는 아직도 방송 장비가 아날로그 방식이다. 카메라도 한 대뿐이다. 당연히 스위처나 자막기도 없다. 이는, '복음이면 족하다'는 다소 고루한 담임목사의 철학이 끼친 영향이 없지 않다. 그런데 비대면시대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목회로 인도했고, 우리 교회도 열악한 장비로나마 영상예배와 성경공부 그리고 묵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낯선 환경과 더불어 낯선 경험을 하게 되었다. '목사님, 우리 교회 예배 조회 수는 얼마나 되죠?' '다른 교회에 비해 우리 교회는 왜 그것밖에 안 되죠?' 물론 교회의 충성스러운(?) 분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는데, 조금씩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광고 시간에 "방송예배 꼭 드리세요. 사이트 관리자로 누가 시청했는지 다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얀 거짓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성탄절예배'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다른 때에 비해 조회수가 월등히 많이 나온 것이다. 은혜 많이 받았노라고 피드백도 곳곳에서 들렸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목사님, 그거요. 아이들 때문이에요!" 성탄절이라 영아부에서 청년부까지 특별순서를 녹화하여 붙였더니, 부모님들이 자기 아이를 보고 또 보느라 조회 수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번 성탄절 예배는 아주 은혜로웠다(?)는 사실과 은혜를 배가하는 비법도 배웠다는 것이다. 이제는 천상 '은혜 받읍시다'라는 인사 대신에 '구독과 좋아요! 꼭 눌러주세요! 알람설정도 잊지 마시고요'라고 해야 할 판이다. 성탄절 예배 조회 수는 지금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김후식 목사/신림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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