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 선교여성과 교회 ] 밀알에 담긴 헌신의 의미 ①

오덕호 목사
2020년 12월 31일(목) 07:06
ⓒ Unsplash
옛날에 한 임금이 백성에게 꽃씨를 하나씩 나눠주며 이렇게 공포했다. "제일 아름다운 꽃을 피운 사람에게 큰 상을 주겠다." 상도 상이지만 임금이 직접 준 꽃씨니 모두 정성껏 심고 가꿨다.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들의 화분엔 예쁜 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소녀의 화분은 그냥 비어있었다. 드디어 심사하는 날이 되어 사람마다 예쁜 꽃이 핀 화분을 길가에 내놓고 자랑스럽게 서 있었다. 소녀만 빈 화분 앞에서 머리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마차를 타고 꽃을 심사하러 다니는 임금님은 몹시 실망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예쁜 꽃을 봐도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침울해졌다. 그러다가 이 소녀의 빈 화분을 본 임금은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고 소녀를 불러서 칭찬했다. "네가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웠구나."

왜 임금은 빈 화분을 보고 그렇게 기뻐했을까? 임금은 꽃씨를 나눠줄 때 모두 삶아서 죽은 씨를 나눠줬던 것이다. 사람들은 왕이 준 꽃에서 싹이 나오지 않자 다른 꽃씨를 심어서 꽃을 피웠다. 오직 이 소녀만 정직하게 그대로 가꿨던 것이다. 이 동화는 당연하면서도 너무나 중요한 진리를 한 가지 알려준다. 그것은 우리가 꽃이나 열매를 얻으려면 반드시 산 씨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씨는 아무리 많이 심고 아무리 잘 가꿔도 열매를 맺을 수 없다.



# 예수님이 말씀하신 밀알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요한복음 12장 20~26절 본문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말씀이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우리는 이 말씀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내가 죽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것을 배운다. 맞다. 분명히 본문은 우리에게 희생적인 사랑과 섬김을 가르쳐 준다.

그러나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희생적으로 헌신하라는 메시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메시지가 들어 있다. 그게 무엇일까? 본문을 보자. 유월절에 헬라인들이 예수님을 뵈러 왔다. 헬라인은 지혜를 숭상하는 사람들이다.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고전 1:22)

이런 헬라인들이 예수님을 뵈러 온 것은 예수님의 지혜를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들이 예수님의 놀라운 지혜를 들으면 예수님을 선생으로 모셔갈 수도 있다. 이것은 예수님께 좋은 기회이다. 좁은 갈릴리에서 무식한 사람들을 가르치던 예수님이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가서 가르칠 기회가 온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심각한 시험거리이기도 하다. 예수님이 헬라 세계로 가면 놀라운 지혜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또한 헬라 세계에서 지혜의 스승이 되면 세상을 움직이는 영향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람들이 삶의 지혜는 얻을 수 있겠지만 구원을 받을 수는 없다. 예수님이 세상의 영광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야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이것은 아주 무서운 시험거리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 밀알은 우선적으로 예수님을 가리킨다

이런 상황에서 한 알의 밀이 누구를 가리키겠는가? 예수님이다. 그렇다면 밀이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님이 하늘에서 이 땅에 오신 것을 의미한다. 밀이 썩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은 이런 뜻이다. "내가 이 세상에 내려와 십자가에서 죽지 않으면 나는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다. 내가 세상에서 지혜를 가르치며 영광을 얻는다면 나는 세상을 구원하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나는 죽어야만 열매를 맺는 것이다."

오늘 본문이 가장 먼저 가르쳐주는 것은 예수님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씀에는 우리도 예수님처럼 썩는 밀알이 되어야 한다는 뜻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2차적인 말씀이고 본문에서 가장 중요한 말씀은 예수님이 지혜의 스승이 아니라 십자가의 죽음으로 세상에 생명을 주는 구원자라는 것이다.

예수님이 아니면 세상은 멸망한다. 예수님만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수님이 세상을 구원하려면 예수님이 죽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것을 알고 예수님을 이렇게 믿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자신이 구원 받을 수 있다. 우리 자신이 먼저 구원 받아야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세상을 구원하는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늘 "십자가, 십자가"하며 십자가를 바라본다. 그런데 십자가가 중요한가,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죽으셨다는 것이 중요한가? 생각해보라. 예수님만 십자가에서 죽으셨는가? 많은 사람이 십자가에서 죽었다. 예수님이 죽으실 때도 강도 둘이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는가. 역사상 십자가에서 죽은 사람만 수만 명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십자가 중에 생명의 열매를 맺은 십자가가 어디 있는가. 오직 예수님의 십자가만 생명의 열매를 맺었다. 왜 그럴까. 예수님만 생명을 소유한 산 씨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생명을 소유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리 십자가에서 죽어도 세상에 생명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본문에서 무엇보다 먼저 이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님만 세상에 생명을 줄 수 있는 산 씨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을 때만 구원의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오덕호 목사 / 서울산정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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